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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거리로 내쫓긴 KTX 해고승무원들이 고통스러운 복직투쟁을 벌여온 지 4526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21일 2008년 승무원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연좌농성을 벌이던 서울역에서 열린 ‘천막농성 해단식’, KTX 승무원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우리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해고승무원들의 분노와 통한, 희망과 좌절이 켜켜이 쌓인 12년의 서사가 담긴 절규다.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으로 꼽혀온 KTX 해고승무원 사태가 마침내 해결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노조는 2006년 정리해고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KTX 승무원을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이 22일 서울 문래동의 한 카페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12년 동안의 싸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12년을 넘게 끌어온 KTX 해고승무원 사태는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정리해고와 그로 인한 고통을 사회적 이슈로 전면화시켰다. KTX 승무원들은 2006년 3월 채용 시 약속한 코레일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코레일은 자회사로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 280명을 정리해고했다. 이후 KTX 승무원들은 고공농성, 단식, 천막농성 등을 반복하며 기약 없는 싸움을 벌여왔다. 너무도 당연한 그들의 목소리가 인정되는 데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법 집행이 정상으로 작동되었다면 KTX 해고승무원 문제는 보다 빨리 해결됐을 일이다. 승무원들은 2008년 해고무효 및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은 코레일이 KTX 승무원들의 사용자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코레일이 해고승무원들을 직접고용했더라면, 사태가 지금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터이다. 1, 2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3년 넘게 판단하지 않던 대법원은 2015년 판결을 뒤집었다. 뒤집힌 대법원 판결로 1, 2심 승소로 지급받은 임금은 빚으로 돌아왔고, 해고승무원들의 삶은 또다시 짓밟혔다. 한 해고승무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참담한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 판결은 추악한 ‘재판거래’의 산물임이 법원행정처 문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해고승무원들의 잃어버린 12년의 세월을 돌려놓기 위한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우선 노사 합의 사항의 성실한 이행과 함께 추후 원직으로의 복직도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해고승무원들의 희망을 짓밟고, 억울한 죽음으로까지 내몬 대법원 ‘재판거래’의 진상을 규명한 다음 재심을 통해서라도 판결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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