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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고교 <한국사>에서만 역사적 사실 왜곡과 기초적인 오류가 653건에 달하는 ‘부실 교과서’로 판명났다. 교육부는 현장검토본에 이어 최종본마저도 교과서라고 하기에 낯부끄러운 불량 국정 교과서를 제작한 것이다. ‘제2의 교학사 교과서’로 불릴 만큼 엉터리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놓고도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질 좋은 역사교과서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어제 고교 <한국사> 최종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역사적 사실 오류, 부적절한 서술, 편향적 기술, 비문 등 653건의 오류가 발견됐다. 이미 폐기된 학설을 썼거나 역사적 선후관계를 잘못 기술한 것은 물론 날짜가 틀리는 등 기초적인 사실 오류도 허다했다. 임시정부에서 외무총장을 지낸 김규식이 전권대사로 임명됐다고 하거나 일제가 조선 귀족에게 준 은사금을 사례금으로 잘못 기술했다. 고려 왕건이 조세 감면을 실시한 것은 건국(918년) 직후였는데도 후삼국 통일 이후라고 서술했다.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을 주도한 것은 독서회인데도 성진회로 기술하는 오류를 범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부정적 서술을 줄였다는 점이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총지휘한 이승만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부통령에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3·15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고 서술했다. 또 박정희와 관련된 부정적 사실을 감추기 위해 1963년 제5대 대통령 선거가 관권 동원, 밀가루 대량 살포 등 부정으로 얼룩졌는데도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가 윤보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단순 기술했다.

시민들에게 탄핵당한 ‘박근혜표 교과서’를 붙들고 국정화를 강행해온 교육부는 국가예산 44억원을 들여 함량 미달의 불량 국정 교과서를 제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것도 모자라 역사적 사실 오류로 가득 찬 국정 교과서로 미래세대를 가르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최종본에서 확인된 오류를 다시 수정해 3월부터 연구학교에 보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더 이상의 혼선을 막고,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적용되지 않게 하려면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는 교문위를 통과한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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