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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자유한국당‘다운’ 갈라파고스적 상상력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겹치자 ‘신북풍’ 음모론을 꺼내는 발상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전당대회와 정상회담 날짜가 겹친 것에 여러 해석이 있다. 혹여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북풍’이라 함은 북한이 한국당을 견제하려 전당대회에 맞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도와주려고 북한이 돌발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가 치열한 협상과 줄다리기 끝에 확정한 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한국당 전당대회를 덮으려 했다’는 음모론에 대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당권 주자들의 음모론은 인용하기에도 낯 뜨겁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감쇄)하려는, 북측이 문 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이라고 했고, 김진태 의원은 “미·북 회담 일정, 하필 한국당 전당대회 날이다. 김정은·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라고 떠들었다.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가 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기껏 한국당 전당대회에 대입하는 과대망상은 그야말로 구제 불능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8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이 전당대회 일정을 정할 무렵 이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에, 대략 장소는 베트남이 될 것으로 예고됐다. 북·미 정상회담과 겹쳐 전당대회 흥행에 비상이 걸렸으면 남 탓하지 말고 일정을 조정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자기들만의 잔치로 치르면 될 일이다. 군색해진 처지는 모를 바 아니나, 정쟁에 눈이 멀어 ‘신북풍’ 운운하며 덮어놓고 재나 뿌리자는 몽니를 부릴 일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북풍’ 공작을 일삼으며 선거 때마다 ‘재미’를 봤던 한국당이다. 한국당이 그리 떠받드는 미국이 전당대회 흥행을 깨려는 북한의 술책에 말려 정상회담 일정을 조정했다니,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꼴이다.

전대미문의 지방선거 참패는 “선거 직전에 열린 미·북 정상회담 쓰나미”(나경원 원내대표) 때문에 당한 게 아니다.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 흐름을 외면하고 “희대의 위장평화쇼”라는 냉전수구의 틀에 사로잡힌 것 때문에 유권자의 버림을 받은 것이다. 변한 것이 없다. 남북 대치와 전쟁 위기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며 생존해온 냉전 보수의 이해에 갇혀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케케묵은 색깔론, 하다 하다 ‘신북풍’ 음모론까지, 한국당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평화 장정에 제동을 거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 한국당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지향에만큼은 정략을 넘어 초당적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연목구어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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