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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8일 국제사회의 최고 의제 가운데 하나인 기후변화 문제를 직접 다룬 회칙을 발표했다. ‘찬미를 받으소서’라는 제목의 이 회칙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됐고, 그 주된 책임이 부유한 나라와 현재의 경제시스템에 있으며 지구를 구하려면 강제 조치를 할 수 있는 국제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황이 최고 권위의 교서인 회칙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의미심장하고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올 12월에는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를 결정하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지구 평균기온 2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기후변화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요국들이 이기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009년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것보다 오히려 후퇴한 감축목표치를 발표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한국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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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 경향DB)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는 현실적 위험이다. 지난 5월 인도를 강타한 폭염은 2300여명의 목숨을 앗아 갔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곳곳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황이 기후변화 회칙을 발표한 직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올해 5월 세계 평균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관측치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 5월 지구 육지와 바다 표면의 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 대비 0.87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관측 기록이 존재하는 1880년 이래 136년간 5월 기온 사상 가장 높았다고 한다.

교황의 회칙은 그동안 과학과 정치, 경제의 측면에서 주로 논의되던 기후변화 문제를 종교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접근하는 경로나 방식을 정치·경제 논리에서 윤리적 책무로 바꿔놓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과 파괴적 기술이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부유층이 아닌 가난한 사람이라는 등의 지적은 낮은 데로 임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간 행보와도 자연스럽게 맥이 닿는다. 교황의 기후변화 회칙이 오는 12월 신기후체제 협상에서 세계 여론과 책임 있는 주요국의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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