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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동부전선 일반전초(GOP)에서 발생한 임모 병장 총기난사 사고에 대해 군 당국이 어제 그간의 조사 내용을 밝혔다. 임 병장의 범행 과정과 동기로 추정되는 정황,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한 해명 정도의 내용이었다. 군 수사당국은 사고 발생 시각이 알려진 것보다 5분 빠른 8시10분쯤이며 임 병장이 도주 과정에서는 실탄을 쓴 적이 없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는 임 병장이 부대원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처럼 대우했으며 사고 당일 소초에서 자신을 희화화한 그림을 보고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그동안 제기됐던 부대 내 집단 따돌림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임 병장의 일방적인 진술이라고는 하나 소초 간부가 뒤통수를 때렸다며 실명까지 거론하는 등 간부의 집단 따돌림 가담설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있다. 이를 비롯해 임 병장이 총기난사 과정에서 부상한 병사에게 확인사살 총격을 가했는지, 추격하는 부대와 교전을 벌였는지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정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다.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육군이 지난 23일 언론을 따돌리기 위해 일반 병사를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고’를 일으킨 후 자해한 임모 병장 대역으로 세워 모포를 덮은 뒤 강릉아산병원 안으로 이송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이번 GOP 총기난사 사고를 통해 군은 사고 발생 못지않게 사고 대처에서도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 병장 메모’ 공개를 둘러싼 시비와 ‘가짜 임 병장’ 논란,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성급한 ‘집단 따돌림 원인’ 발언과 백승주 차관을 통한 간접 사과 등 신뢰할 수 없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사망한 병사가 총상이 아니라 과다출혈로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가 하면 참사 당시 군 상황실과 중앙119구조본부 사이의 연락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소방응급의료 헬기 출동이 52분이나 지연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사고 대처와 관련한 문제점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수도 없이 재발 방지와 병영문화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총기사고가 반복적으로 터지는 것은 원인 규명이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데 있다. 이번 사고 대처 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그 핵심은 뭐든지 숨기려는 군의 폐쇄적 문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월21일 이전과 이후의 육군이 달라지기 위해 현재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군 당국자의 말이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내부 부조리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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