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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학습권 침해 문제로 논란이 돼온 서울 용산화상경마장이 그제 결국 문을 열었다. 인근 주민 및 학교 측의 반발에도 마사회가 개장을 강행한 것이다. 주택가와 학교 시설이 밀집된 곳에 사행성 도박장을 운영하겠다는 마사회의 배짱 앞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런 곳에 도박장이 들어설 수 있는 법의 맹점도 문제지만 명색이 공기업인 마사회가 최소한의 기업윤리가 있는 곳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초·중·고생들이 매일같이 드나드는 등하굣길에 도박장이라니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마사회는 지금이라도 화상경마장을 폐쇄한 뒤 이전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용산경마장은 1년 된 해묵은 지역 민원사업이다. 마사회가 용산의 마권 장외발매소를 이곳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게 갈등의 시작이다. 문제는 200여m 떨어진 곳에 초·중·고와 주택이 밀집돼 있어 주민생활은 물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마사회는 “일부 층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이 있는지 지켜본 뒤 본 개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 문제점을 일부 보완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말이 임시 개장이지 실상은 남들이 뭐라든 간에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화상 경마장 입구 막아선 용산 주민들 (출처: 경향DB)
용산경마장 개장은 법의 맹점을 악용한 마사회의 꼼수나 다름없다. 학교시설 반경 200m 이내는 학교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게 돼 있다. 용산경마장은 불과 10여m 차이로 규제범위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모든 게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영업허가 과정에 주민동의는커녕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약속도 저버린 마사회다. 국가인권위가 경마장 시설 이전을 권고했지만 이마저 묵살됐다. 현명관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묵인 또는 사전교감 아래 진행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수업권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자 어른들의 책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게 불과 75일 전의 일이다. 돈에 눈먼 어른들의 탐욕이 300여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의 값비싼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용산경마장도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탐욕 그대로다. 지난번 지방선거 때 경마장 개장에 반대했던 서울시장과 교육감, 구청장이 모두 당선돼 경마장을 둘러싼 여론의 심판도 이미 끝났다. 아무 명분도 없이 용산경마장 영업을 강행한 마사회는 공기업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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