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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의 자유·단결권 보장, 강제노동 폐지 등 국제노동기구(ILO) 4개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사실상 결렬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최근까지 노사정 부대표들 간 연쇄회동을 갖고 합의를 시도했으나, 경영계의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등 주장에 막혀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경사노위 전체회의가 남아있지만 의미있는 결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상 노동 관련 의무이기도 하다. 비준이 늦어지면 전문가패널 권고안 등에 따른 통상 압력은 물론 한국의 국가신뢰도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ILO정신에 반한다.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한 헌법 33조와도 배치된다. 한국은 28년간 4개 협약 비준을 미루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고집하는 것은 누가 봐도 ‘판’을 깨자는 것이다. 경영계의 무책임한 태도는 안타까움을 넘어 개탄스럽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선 비준, 후 입법’이다. 경영계와 일부 야당을 제외한 다수가 이의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즉각 비준하라”고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ILO 긴급공동행동’은 ILO 핵심협약 우선 비준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 일부도 “선 비준, 후 입법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선수 대법관도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선 비준, 후 이행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서둘러 ILO 핵심협약 비준 및 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회 동의절차를 거친 협약 비준은 그 자체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럴 경우 EU와의 외교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무엇보다 노조 조직률 11%에 불과한 한국의 노동자가 ‘노조 할 권리’라는 기본권을 회복하는 일임을 정부와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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