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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전을 찾아 “대전의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지방 방문 때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선물’을 뿌려왔다. 지난달 13일 경남에서 남부내륙철도(사업비 5조3000억원) 예타 면제를 약속하더니, 지난 17일에는 울산에서 1조원 규모의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목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충남을 찾아 “대전시와 충남도가 예타 면제를 신청한 사업에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다. 무분별한 국가사업 추진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절차를 건너뛰는 예외적 조치를 취하면서도 아무 꺼릴 게 없다는 기세다. ‘균형발전’을 내세웠으면 걸맞은 최소한의 적합성이라도 따지는 것이 우선일 터인데, 광역자치단체별로 숙원사업 하나씩을 해결해 주는 선심성 ‘나눠주기’ 양태다.

정부의 논리대로 인구와 수요가 적어 수도권에 비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방의 특성을 감안해 ‘예타 면제’를 한다면, 경제논리를 보완하는 공공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마땅하다. 실상은 단기적 일자리와 경기부양에 매몰되어 ‘삽질’ 토건의 빗장을 푸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지자체들이 예타를 실시하면 엄두도 못 낼 대형 토건사업만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신청한 것이다. 현재 자치단체들이 제출한 예타 면제 신청 사업은 33건에 총사업비는 60조원에 달한다. 태반이 수천억·수조원이 소요되는 철도·도로 건설이고, 이미 예타에서 탈락했거나 타당성 조사 대상으로도 거절된 사업들이다. 정상적 절차로는 추진이 불가능한 사업들이 정부의 ‘시·도별 1건’ 방침에 무더기로 예타 면제 대상에 선정될 판이다.

예타를 거친 사업도 막대한 적자를 유발하고 이용자가 적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예타를 진행조차 않고 정치논리까지 개입되어 추진된 토건사업의 결말이 어떠할지는 불문가지다. 대형 국가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도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예타 면제로 밀어붙인 4대강사업의 폐해가 증거다. “과거처럼 대규모 토건 공사로 경기를 부양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던 정부다. 예타 면제가 단기적 경기부양을 겨냥한 토건사업 남발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된다. 예타 면제가 필요한 사업이라도 반드시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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