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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기정사실로 되며 이른 대선이 불가피해졌다. 벌써 유망 대선주자들과 그들의 예상 공약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을 어떻게 고쳐 나갈지는 물론, 우리 대학생들의 학비 부담과 취업난에 대해 어떤 관심을 가질지에 대해 친구들과 갑론을박을 한다. 하지만 후배 고등학생들은 나와 달리 후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듯하다. 그들에겐 선거권이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은 입시제도가 수시로 바뀌어 혼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엉망인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워야 할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고등학생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집단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미숙하고 포퓰리즘 공약에 선동당하기 쉽다는 이유로 그들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고등학생들이 미숙하다는 생각은 오래된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치와 사회 이슈를 접하며 전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이다. 그들은 인터넷 기사뿐만이 아니라, 소셜미디어로 사회의 흐름을 읽고 친구들과 수시로 채팅을 하며 타인의 의견을 듣는다. 고등학생들이 후보들의 포퓰리즘 공약에 선동당하기 쉬우므로 선거권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잘못됐다. 18대 대선뿐 아니라 20대 총선에서 우리가 보아 왔듯이 포퓰리즘 공약에 휘둘리는 것은 나이와는 상관없다. 선거연령을 한 살 낮춘다고 해서, 생각 없이 포퓰리즘 공약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비율이 커질 리도 없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거나 덜 먹었다고 해서 판단력이나 사고력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그들이 자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서 생기는 이점이 더 크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되어 있듯 고등학생들도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선거연령은 하향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만 19세로 높다. 미국의 미시간주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이 시장이 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17세 고등학생이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고등학생을 미숙한 존재로만 볼 것인가? 선거연령을 낮춰 고등학생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길 바란다. 나와 후배들이 둘러앉아 자신이 투표할 대통령 후보를 주제로 토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한동민 | 중앙대 경제학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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