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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사를 했다. 1000가구쯤 되는 단지의 아파트로,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살던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한 곳이다. 온몸을 더럽히며 놀던 흙 운동장도, 큰 슈퍼마켓도 그 과정에서 사라졌다.
어린 시절 나는 형과 함께 온 동네를 뒤지고 다녔다. 당시 포켓몬 빵 안에 있는 스티커를 모으는 게 유행이었는데, 길바닥에 떨어진 스티커를 찾으러 다닌 것이다. 특히 비 오던 어느 날, 한 골목길에서 포켓몬 스티커를 잔뜩 주운 기억 덕분에 그 골목이 주는 그날의 분위기와 추억은 잊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최근 종로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어떤 집단은 지역의 활성화와 수익성 향상을 위해 재개발을 찬성하고, 어떤 이들은 산업생태계가 훼손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을 전면 유보한 상태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지켜야 할 것은 문화적 소프트웨어이지 낡아빠진 하드웨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단지 허기를 채울 냉면 한 그릇일까? 노포를 찾은 수십년 단골 중년은 파릇했던 청년 시절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휘황찬란하게 리모델링된 식당에서는 왠지 옛날 그때의 맛이 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한 골목길에서 추억을 떠올렸던 것처럼, 누군가에겐 낡고 허름한 곳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 깃든 장소일 수 있다. 문화는 소프트웨어에도 있지만 하드웨어 그 자체이기도 하다. 단지 오래되고 낡았다는 이유로, 주변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것이 품은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다.
<전정원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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