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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세월호 참사를 또 한번 외면했다. 국회 사무처는 오는 29·30일에 열리는 2차 세월호청문회 장소로 국회 회의장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요청을 거절했다. 사무처는 ‘국회청사 회의장 등 사용 내규’를 들어 “국회가 주관하는 국제회의 등 공식행사, 교섭단체가 국회 운영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등에만 쓸 수 있다”며 사용 불가 방침을 최근 특조위에 통보했다.

▶[기타뉴스] 세월호 유가족들이 또 삭발·단식을 한 이유

국회 결정은 특조위의 성격과 ‘민의의 전당’이란 국회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특조위는 국회가 통과시킨 세월호특별법에 근거해 구성된 기구다. 이 특조위 위원 17명 중 10명은 여야가 5명씩 추천해 선출했다. 이처럼 특조위는 조직과 인적 구성의 뿌리를 국회에 두고 있다. 특조위가 이번에 시행하고자 하는 청문회 역시 세월호특별법에 근거한다. 이렇게 보면 ‘특조위’의 ‘청문회’는 국회가 입법한 바에 따라 열리는 일종의 ‘공식행사’로 볼 수 있다. 국회 사무처의 판단은 내규의 자구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다. 국회가 이렇게까지 경직되게 판단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특조위는 지난해 12월 서울YWCA 대강당에서 1차 청문회를 열었다. 특별법에 근거한 기구인 특조위의 청문회 장소로 적합하지 않았고, 공간도 너무나 협소했다.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_경향DB


현재 국회의 각종 회의실은 4·13 총선을 앞두고 텅텅 비어 있다. 공천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회의실을 들락거릴 정도로 여유로운 국회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조위 청문회가 열려도 국회 운영과 관리엔 문제될 소지가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사무처는 특조위 요청을 단박에 거부했다. 이쯤되면 세월호 참사 2주기에 임박해 열리는 총선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가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우려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의심마저 든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여전히 광화문 광장과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청문회마저 거리에서 열려야 하는가.


허남설 | 사회부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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