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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속담말ㅆ·미]겉 볼 안

opinionX 2017. 8. 1. 10:55

‘위 사람은 품행이 방정하고….’ 상장에 무의미할 만큼 상투적으로 들어가는 문구입니다. 유치하던 시절에는 ‘품행이 방정맞고’로 한 글자 고치고 재밌어들 했지요. 품행은 품성과 행실이 합쳐진 말로, 하나는 사람의 내면이고 다른 하나는 외면이며 그 둘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품성이 좋지 않은 이가 행실이 좋을 리 없고 행실을 보면 그 사람의 품성 또한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평소의 행실은 겉모습에서 드러난다며 속담에서도 ‘겉 볼 안’이요, ‘마음이 고와야 옷깃이 바로 선다’고 했습니다.

요즘 흐트러진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걸어가며 흡연하고 불똥 탁탁 터는 이, 욕이 감탄사고 추임새인 이, 알바에게 반말하고 턱짓하는 이, 자리에 앉겠다고 줄 선 앞문 대신 버스 뒷문으로 타는 이, 지나가겠단 말 대신 몸으로 밀치는 이, 자리를 양보받아도 고맙단 말 한마디 없는 이, 동방예의지국 운운하면서 함부로 훈계하는 이까지 무례와 몰상식의 시대라 할 만큼 알게 모르게 우리의 품행은 현량방정(賢良方正)과 상당히 멀어지고 무너져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아저씨’와 ‘아줌마’는 든든하고 푸근한 사람이 아니라 꼰대와 뻔뻔한 사람으로 각인되었습니다. ‘노인’은 연륜과 지혜의 어르신이 아니라 안하무인하고 무례한 기피대상이 되었고요. 너도 살아봐라, 이 나이 돼봐라 하지만 그건 인간으로서의 품격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는 고백일 뿐이라 생각됩니다. 먹고사는 욕망에만 신경 쓰면 ‘동물’과 무엇이 다를까요.

<논어>에서는, 인간이 욕구만을 추구하면 어지러운 다툼의 세상이 된다며 예의는 기르는 것(禮者養也)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상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들이 상 받을 만한 사람으로 바꿔놓기도 하듯, 자세와 행실을 가다듬으면 품성 또한 알게 모르게 변하기 마련입니다. 정장이 품위를 유도하듯 ‘매너가 사람을 만듭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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