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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워즈>를 보면서 저는, 아니 전 세계 사람들이 R2-D2라는 로봇이 기계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로봇의 움직임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랬기에 그 로봇 안에 키가 매우 작은 영화배우 케니 베이커가 들어가 실감 나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그는 매우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또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영화도 의미 있게 봤습니다. 잘하는 것도 존재감도 없어 포기와 낙담으로 살아온 여자가, 오히려 남의 눈에 띄거나 인상에 남아선 안되는 스파이에는 안성맞춤임을 깨닫는다는 내용입니다.

영화 <토끼와 거북이>

속담에 ‘굽은 나무는 길맛가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쓸모없다고 여겨 눈길도 안 주던 굽은 나무도, 소나 말 등에 짐 지울 굽은 틀 재목으로는 곧은 나무보다 훨씬 쓸모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장자>에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나옵니다. 쓸모없다 여겨진 것이 사실 쓸모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그 시대 사람들 모두가 좇는 가치보다 외면한 것에 더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모두가 한쪽만을 바라볼 때 다른 쪽에서 진짜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거북이는 왜 유리한 물속을 놔두고 힘겹게 땅에서 경주했을까요? 어쩌면 ‘경주=달리기’라는 육상동물들의 프레임에 갇혀 토끼보다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자기 재능을 잊은 건 아닐까요?

누구나 자기 신체나 처지에 불만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비관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요즘 ‘단점을 신경 쓰기보다 장점을 키워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리기로 토끼를 따라잡지 못해 울기보다 토끼를 바다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이보다 ‘의외로’ 잘하는 자기 영역을 찾아내서 말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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