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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로봇세

opinionX 2017. 2. 14. 10:17

로봇은 인문학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로봇은 작가들이 상상력을 토대로 펼쳐놓은 허구의 세계인 문학작품에서만 존재했다. 로봇이란 용어는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내놓은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에서 유래했다. 로봇은 체코어로 ‘강제적 노동’ 또는 ‘노예’를 뜻한다. 그런데 이 희곡은 문단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로봇들이 자신들의 창조주인 인간을 모두 살해하는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차페크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예견한 작가로 주목받았다.

로섬의 만능로봇

로봇을 소설 영역으로 처음 끌어들인 작가는 러시아 출신의 미국 과학자 아이작 아시모프다. 그는 1942년 발표한 단편 <런어라운드>에서 로봇이 지켜야 할 3가지 규칙인 ‘로봇 윤리헌장’을 제창했다. ‘로봇은 인간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된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로봇 윤리헌장’은 7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인공지능(AI)과 로봇 연구에 중요한 명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산업자원부는 2007년 세계 최초로 ‘로봇 윤리헌장’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2일 유럽연합(EU) 의회는 로봇을 ‘전자 인간’으로 규정해 의무와 권리를 부여하는 ‘로봇시민법’ 제정을 위한 결의안 채택을 논의하기도 했다.

‘일하는 기계’에서 ‘전자 인간’으로 격상된 로봇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유럽연합 의회가 로봇세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프랑스 집권당인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대선 후보는 로봇세 징수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첨단 로봇이 확산되면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로봇 소유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이 실직자를 위한 사회보장 기금의 주요 세원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아시모프가 ‘로봇 윤리헌장’에서 언급한 대로 로봇은 과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하지 않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이제 로봇은 ‘노예’ 단계를 벗어나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준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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