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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 영국 BBC방송국의 <Teletubbies>를 수입 방영한 <꼬꼬마 텔레토비> 주제가입니다. 이 노래만 나오면 아이들이 울음 뚝하고 텔레비전 화면에 ‘햇님아기’ 얼굴로 붙었지요. 뽀로로나 타요 인기 저리가라였습니다. 그 뒤로 ‘꼬꼬마’는 아동용품 매장이나 어린이집 이름으로 널리 쓰입니다. 나아가 ‘꼬꼬마 녀석이 어딜 감히’ 하며 나이 어린 사람을 누를 때도 쓰였지요. 그런데 사실 ‘꼬꼬마’는 ‘꼬마’라는 뜻이 아닙니다.

아군과 적군이 뒤엉켜 싸울 때 지휘소에서 한눈에 구분하고 계급도 나타내기 위해 투구나 벙거지(군모) 위에 단 술, 그리고 천이나 종잇조각을 실에 매달아 바람에 날리며 뛰놀던 장난감이 꼬꼬마입니다(‘낚싯대’라는 고양이 장난감과 비슷합니다). 텔레토비들은 배마다 화면이, 머리 위엔 각기 다른 모양의 안테나가 달려 있습니다. 이 안테나들을 보고 번역자가 꼬꼬마라는 단어를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꼬마라는 느낌도 나게요. 그런데 그 훌륭한 번역이 외려 단어 오해를 낳았지요. 아직도 온라인 지도에서 ‘꼬꼬마’를 검색하면 아동 관련한 엄청난 ‘꼬꼬마’들이 뜹니다. 꼬꼬마가 꼬마를 귀엽게 부르는 말인 줄만 알고요.

서두가 길었네요. 아랫사람을 너무 받아주면 버릇없이 군다는 속담 ‘종의 자식을 귀애하면 생원님 수염에 꼬꼬마를 단다’가 있습니다. 진사·생원이건 아니건 할아비들은 그저 어린애가 귀엽습니다. 종의 자식일지언정 무릎에 앉히고 토닥입니다. 깜박 잠들었다 깨보니, 이런! 긴 수염 꼬아 종잇장을 매달았네요. 허허, 애한테 화도 못 내겠고. 지금도 아끼고 예뻐하니 제 위치 모르고 기어오르는 사람 꼭 있습니다. 업무를 지시하니 몸을 꼬면서 “안 하면 안 돼요? 과장님이 더 잘하시잖아요” 합니다. 아랫사람과 너무 허물없으면 전쟁터가 놀이터인 줄 압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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