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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직원의 집에서 회사 공용서버를 압수했다. 삼성에피스 팀장급 직원 ㄱ씨는 삼성바이오 수사가 임박했던 지난해 5~6월 회사 재경팀이 사용하던 공용서버 본체를 떼어내 집에 숨겨왔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회사 핵심 정보가 담긴 공용서버를 빼돌린 것은 삼성에피스의 증거인멸이 ‘윗선’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 고발로 시작된 삼성바이오 수사가 중대 분수령을 맞은 형국이다.


삼성바이오와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의 합작사인 삼성에피스는 ‘일개’ 자회사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에피스의 지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4조5000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삼성에피스 회계처리 기준 변경을 출발점으로 삼성바이오,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차례로 높인 뒤 삼성물산까지 합병함으로써 그룹의 지배권을 손에 넣었다. 만약 삼성에피스의 회계처리에서 실정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 모든 연결고리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 검찰이 삼성에피스 증거인멸 과정에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7~8월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 임원이 삼성에피스 임직원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휘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해당 임원과 함께 증거인멸 작업을 주도했던 삼성에피스 양모 상무(구속) 등은 이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합병’ 등의 단어를 검색해 문건을 삭제했다고 한다.


회계부정은 그 자체로 자본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수많은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중대 범죄다. 더욱이 이번 사안은 한국 최대 기업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법적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신속하고도 치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수사 외적 요소를 고려했다가는 시민의 불신만 깊어질 것이다. 삼성 측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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