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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제야 봄이 온 것 같다고 합니다. 길고 힘든 겨울을 보냈지만 결국 촛불이 어둠을 이겼기 때문입니다. 3월10일 11시, 헌재는 헌법에 근거해 한 나라의 지도자라 할 수 없는 사람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했습니다. 무능함을 넘어 나라의 중요한 일들을, 국가의 기밀을, 국민의 세금을 자기 지인에게 맡기고 넘기고 탕진했으니 말입니다.

‘눈먼 머리가 몸통을 벼랑으로 이끈다’는 말이 있습니다.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입니다. 잘못 뽑은 한 사람 때문에 대한민국은 벼랑 끝까지 몰렸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과 배경만 믿고 순진하게 뽑은 결과치고 4년은 너무나 참담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람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요? 다들 아실 겁니다. 무대 뒤 어둠에 숨어 꼭두각시를, 망석중이를 놀린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사지에 끈을 매단 망석중이로 꼭두각시놀음을 하며 국가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놀음판에 올리고 이권을 챙겨온 게 그들입니다. 이제 ‘끈 떨어진 망석중이’는 수사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끈 잡고 ‘망석중이 놀리듯’ 한 이들도 모두 법의 무대 위에 세워야 할 것입니다. 친일파들이 해방 이후 친미파로 신분세탁을 했듯, 이들은 벌써 간에 붙고 쓸개에 붙고 이름을 바꾸며 서로 모르쇠 하기 시작합니다. 불 켠 주방에서 바퀴벌레 흩어지듯 삽시간에 구석구석 숨어버립니다. 하지만 어둠이 내리면 다시 슬금슬금 몰려나올 것입니다.

지금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말이 ‘적폐 청산’입니다. 청산되지 못한 친일 행위가 대한민국 역사에 계속 오점을 남기고 있듯이, 지금의 국정농단 사태를 말끔하게 바로잡지 못하면 이 징그러운 꼴을 계속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박멸해야 합니다. 그들의 뿌리이자 힘의 원천, 부정축재로 만든 알집까지 모두 찾아내서 말입니다. 발본색원(拔本塞源)이 그 뜻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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