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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산소를 오갈 때마다 풍광 좋은 어느 모텔 바로 앞을 막아선, 짓다 만 다른 모텔을 10년 가까이 지나칩니다. 조망권 문제로 법정다툼이 이어지고 있으리란 건 안 봐도 뻔한 일이겠죠. 누가 봐도 염치없는 짓을 하고도 뒷집에서 뭐라 하니 자기 불편한 심기를 풍광 가린 흉물로 헤살부린 것입니다.

이와는 거꾸로, 속담에 ‘뒷집 짓고 앞집 뜯어내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있던 집 뒤에 자기 집을 짓고는 앞집이 가려 해와 바람이 안 드니 앞집더러 일부나 전체를 헐라고 한다는 말입니다(지금도 돈 많은 사람 중에 이런 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 이런 경우입니다. 잘못된 짓을 하다 들켜도 부끄러워하거나 손가락질을 두려워하긴커녕 오히려 매를 들고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 위세당당 위협하는 모양이지요. ‘도둑이 매를 든다’ ‘도둑이 달릴까 했더니 우뚝 선다’는 속담에 해당할 것입니다.

요즘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습니다. 도서관이나 독서실처럼 너무 조용한 곳보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곳이 오히려 집중하기 더 좋아서 그런 듯합니다. 하루 종일 교재 펴고 자리 차지한 사람들 때문에 매장에선 골머리를 앓지만 ‘그래도 공부한다는데’ 하며 눈감아줍니다. 하지만 간혹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매장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환담을 나누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해 달라 주의를 준다고 합니다. 카페는 차 마시며 대화하는 곳인데 자기 공부에 방해되니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준답니다. 허허.

사람들은 대개 남 탓을 하면서 자신이 문제란 걸 모릅니다. 뭐든 자기 위주,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행여 얘기라도 하면 무안당했다는 마음에 외려 발끈합니다.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니 이렇게 된 상황도 남 탓이라며 성냅니다. 이러니 자신을 돌아보고 지적을 받아들일 줄만 알아도 능히 군자라 할 세상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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