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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공무원의 근무조건

opinionX 2017. 10. 31. 10:53

과거 공무원 월급 앞에 붙는 수식어는 ‘쥐꼬리’였다. 1965년 공무원 평균 월급은 6000원으로 광부(6400원)와 비슷했다. 1977년에는 정부가 공무원 월급을 전년도보다 27% 올려 공무원의 85%가 최저생계비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공무원의 평균 월급은 510만원으로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월급(270만원·국세청 연말정산 기준)의 2배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공무원은 민간기업 취업자보다 퇴직 때까지 7억8058만원을 더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에겐 연금도 있다. 그래서 부부가 공무원이면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보다 노후가 풍요롭다.

공무원은 철밥통이다. 실직이나 해직 공포도 없고, 회사 매출 걱정을 할 이유도 없으며, 직원들 월급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필요도 없다. 정시 퇴근과 자유로운 연차 사용,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혜택이 엄청나다. 민간에 대한 통제권도 여전하다. 이러니 공무원 시험에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치러진 국가직·지방직 9급 공무원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70만명에 육박한다. 경쟁률은 일반행정직 171.5 대 1, 교육행정직 225.7 대 1이다. 연줄이 작용하고 집안 배경이 영향을 미치는 일반 기업체 입사 시험에 비하면 공무원 선발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다. 흙수저들로서는 공시 합격이 거의 유일한 신분 상승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이라고 근무 여건이나 삶의 질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2012∼2016년 공무원연금 수령자 자료’를 보니 퇴직 소방관들의 사망 연령은 평균 69세였다. 반면 장차관 등 고위 관료는 82세, 교사 77세, 법관·검사 74세 등이었다. 재직 중 사망한 소방관들의 나이도 평균 44세로 다른 직종에 비해 2~5세 낮았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연금 수령액은 소방관이 다른 직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었다.

인재들의 공직 쏠림을 막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보상 체계에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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