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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들었다’고 꼬집는 현대속담이 있습니다. 일부 제과회사들이 포장은 크게 하고 쓸데없이 보충재를 채우며 괜히 낱낱이 나누어 담아 얄팍하게 내용물을 줄여 파는 속임수를 꼬집는 말이죠. 내용물 파손을 막기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지만, 장거리 운송으로 파손 위험이 더 높은 수출용에는 보충재가 별로 없이 꽉꽉 채워 보내는 걸 소비자들이 끝내 모를 줄 아나 봅니다.
또한 포털사이트에 뜬 기사를 보자면 제목들이 하나같이 ‘충격’ ‘경악’ ‘알고 봤더니’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정작 읽어보면 별 내용은 없습니다. 수십 년 전 독자들의 욕망에만 충실하던 황색잡지와 다를 바 없는 외화내빈(外華內貧)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나온 현대속담이 ‘기사 제목이 스팸 제목’ 아니겠습니까.
이쯤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속담이 있죠. ‘빛 좋은 개살구’요, ‘속 빈 강정’ 말입니다. 개살구는 살구보다 일찍 열리고 더 샛노란 과피로 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 가득 먹어보면 새콤달콤은커녕 시큼털털하니 정말 못 먹을 맛입니다. 이를 빗대 별 볼 일 없는 것이 겉만 번드르르한 것을 개살구라고 합니다. 크게 부풀렸지만 먹어봐야 허풍만 드러나는 강정 역시 속은 기분이고요. 매번 ‘혹시나가 역시나’로 속고도 또 혹시나 하니 사람 심리는 알다 모를 일입니다.
한 권을 세 권으로 늘려 파는 책, 입다 보면 푹 꺼지는 ‘닭털파카’, 꾸며 쓴 자기소개서 ‘자소설’처럼 적은 것을 허울 좋게 부풀린 것들이 참 많습니다. 이처럼 그럴듯하기만 한 것을 ‘나무거울’이라 합니다. 아무리 기름칠을 하고 광택을 낸들 나무판에 제대로 비춰질 리 만무하죠.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개살구들은 이 그럴듯한 나무거울로만 자신을 비춰봅니다. 그렇게 자신들이 익기도 전에 지레 갈라져 터져버리는 그 빛 좋은 개살구인 줄 전혀 보질 못합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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