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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페로의 동화 중에 <장화 신은 고양이>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죽자 착한 막내아들은 고작 고양이 한 마리만 물려받고 쫓겨납니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옷 다 벗고 물속에 들어가 있으라 한 뒤 왕의 마차를 막아서서 주인님이 영주인데 목욕하는 사이 도둑이 옷을 훔쳐갔다고 하여 얻어 입힙니다. 그러자 물레방앗간 아들은 진짜 영주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또 여차저차 해서 평민 출신과 공주가 결혼해 해피엔딩. 여기서 고양이가 쓴 첫 번째 수가 바로 ‘옷’입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멋진 옷을 입으면 그 옷만큼의 지체로 보이게 마련이니까요.

<어린 왕자>에서도 터키 천문학자가 전통 복장으로 세계천문학회에 새로 발견한 별을 보고하니 믿음이 안 간다고 무시당합니다. 이후 터키 독재자가 국민들에게 양복을 강제한 까닭에 이를 입고 다시 발표하니 그제야 발견을 인정받습니다. 겉만 보고 판단하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럴 듯한 차림새가 살아가는 데 꽤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속담 ‘옷이 날개다’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옷을 잘 입으면 멋있어 보이는 것으로만 압니다만, 아닙니다. 날개의 목적은 저 위로 훨훨 날아오르는 데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꾀한다면 옷부터 투자하라는 뜻입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자리에 걸맞은 차림을 못하면 파티에 못 가는 신데렐라 됩니다. ‘말끔한 옷은 훌륭한 소개장’이란 외국 속담도 있으니,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 그 자리로 올라서고 싶다면 그들과 어울릴 차림부터 갖춰야겠지요. 멋진 팬티 하나만 입어도 왠지 하루 종일 골반에 힘 들어가는데, 잘 차려 입으면 누가 봐도 ‘존잘’로 안 보이겠습니까? 주저앉고 정체되었다면 고치 같은 후줄근 평상복 벗고 날개옷으로 새봄을 걸어봅니다. 옷은 당신의 날개입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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