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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실험 보고서를 왜곡하거나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고, 애경은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다. 24일 경향신문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영국임상실험연구소에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의 독성실험을 한 뒤 가습기메이트 원료가 ‘저독성 인정’을 받은 것처럼 홍보했다. 그런데 실제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된 원료는 독성실험을 거치지 않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었다.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속인 것이다. 또 독성실험을 할 때는 고농도 실험이 요구되지만, 저농도 실험을 한 뒤 ‘무해함을 입증하는 자료’로 사용했다. 더욱이 1994년 진행된 독성실험 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료의 독성실험 왜곡부터 ‘범죄흔적 지우기’까지 기업윤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출처:경향신문DB)

SK케미칼이 생산한 CMIT·MIT를 원료로 만든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그런데도 2016년 검찰 수사에서는 ‘옥시에 원료를 공급하면서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될 줄 몰랐다’며 법망을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가습기메이트의 인체 위해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사과나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옥시가 총 405명에게 2383억원 규모를 배상한 것과 비교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울분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울분이 지속되는 상태, 절반은 장애를 일으킬 만큼 심각한 울분상태라고 한다. 이들의 울분은 여느 울분 사례와 달리 자기비난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는 자녀를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에서 비롯된다. 심리적인 고통을 추가적으로 겪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습기살균제사건 특별조사위원회는 가습기메이트에 노출된 반려동물에게서 사망, 폐섬유화 등 치명적인 피해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을 입증하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습기메이트 피해는 차고 넘친다.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다. 법을 비웃고 피해자를 우롱하는 비윤리적인 기업이 설 자리가 없도록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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