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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군대 가면 고무신 거꾸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었다면 요즘은 ‘오빠가 아빠 되고 친구가 식구 된다’고 합니다. 몸이 멀어지면 정도 멀어지고 가까이 있어야 사랑도 도타워진다는 것이죠. ‘오빠오빠’ 하다가 아이 아빠로 부르게 되고 친구처럼 지내다보니 어느새 가정 이뤄 한 식구입니다. 가까이 있어도 자주 접해야 정도 깊어진다며 ‘은행나무도 마주 서야 연다’고 속담은 말합니다.

식물에는 벌, 나비 등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는 충매화(蟲媒花)와 새를 통하는 조매화가 있는가 하면, 물이나 바람을 이용해 꽃가루를 운반하는 수매화와 풍매화도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풍매화입니다. 게다가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암수딴그루입니다. 최대 2~4㎞까지 꽃가루가 날려간다지만, 당연히 수나무와 암나무가 가까이 섰을수록 수분(受粉)이 잘됩니다. 은행나무 꽃가루는 입자가 무거워 아주 멀리까지 가는 건 많지 않으니 아무래도 가까이 있어야 꽃가루 세례를 더욱 듬뿍 받을 수 있겠죠.

사랑 역시 늘 보아오던 사람들 사이에서 스름스름 싹트는 일이 많습니다. 또한 서로 좋아하면서도 오해하고 탓하며 뜸하다 시부저기 헤어지기도 하지요. 부부 사이에 아무리 다투더라도 각방만큼은 쓰지 말라는 것이 인생 선배들의 충고입니다. ‘살정’ 또한 정(情)이며 같은 공간에 있어야 화해할 거리라도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겠죠. 데면데면한 시간이 길어지면 ‘님’도 남인 양 왠지 서름서름해지기 일쑤니까요.

새로운 사랑은 모퉁이에서 부딪치길 기다리지 않으며, 오랜 사랑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집니다. 그리고 부부의 사랑은 이불 속 온기와 같습니다. 나무조차 가까이 붙으려 드는데 사람이 목석이어서 되겠습니까? 좋아한다면 내외로 맴돌지 말고 슬쩍 챙겨주며 바싹 감도세요. 마주하는 그 마음이 그 마음까지 엽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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