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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애인이 생겼다 하면 다들 이죽거립니다. “어쭈, 짚신벌레도 짝이 있다더니!” 축하 반 놀림 반으로 하는 말이지요. 누구라도 자신에게 맞는 짝은 있는 법이라는 속담 ‘짚신도 짝이 있다’를 응용한 요즘 속담입니다(짚신벌레는 성별이 없지만 유전적으로 접합 가능한 개체가 정해져 있으니 분명 짝이 있습니다). 나막신도, 기차표 고무신도 다 짝이 있는데 아무렴 누군들 짝이 없겠습니까(사실 옛 신발은 좌우 구분 없이 만드는 대신 앞코에 여유 두어 신고 다니며 늘려 맞추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짚신은 애초에 짝이 없습니다. 무조건 짝 없이 만듭니다. 짚신 삼을 때 끼우는 신틀에 짝이 없으니까요. 짚은 신축성이 좋아 신고 다니다보면 마치 맞춘 것인 양 발가락과 발볼 맞춰 금세 착 들어맞습니다(특이한 발 모양 때문에 기성화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지요). 발 치수대로 다양하게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신데렐라 언니들이 신어도 다 맞는, 진정한 프리사이즈가 짚신입니다. 또한 짚신이란 게 대개 서민들이 신던 것이지요. 내구성 떨어지는 대신 싸고, 손재주 좀 있으면 직접 삼아 신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잘난 사람들만 짝 맞춰 시집·장가 가란 법 없듯, 짚신 삼는 가난뱅이 방자·향단이라도 배필 삼을 짝이란 꼭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나이, 몸, 돈, 처지에 낙심해 지레 마음 접지 말고 만남 속에 익숙해져 같이 짝을 맞춰 가라는 것이죠.

봄 춘, 팔짱 끼고 허리 감고 다니는 커플들 보면 외로워서 화가 날 이도 있을 겁니다. 기성품같이 고르자면 내 스타일 없습니다. 좀 안 맞을 성싶던 옷도 입다보면 몸에 맞듯, 성에 안 차더라도 신축성 있게 만나다보면 호감 생기고 좋아 죽는 커플이 됩니다. 여기 없으면 저기 있고 이짝저짝 없어도 어딘가는 제짝 있습니다. 사람은 알아가는 거고 사랑은 맞춰가는 겁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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