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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9-4 승강장엘 다녀왔다. 지난 5월28일 이곳에서 한 외주하청 청년노동자가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협착사를 당했다. 그의 작업가방엔 미처 끓여 먹지 못한 컵라면 하나가 있었다.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에만 벌써 세 번째 일어나는 참사였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처럼 평범한 이들의 연대와 항의의 발걸음이 구의역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작은 추모의 포스트잇이 역사 곳곳에 나붙기 시작했다. 비로소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둘러싼 온갖 부패와 비리와 불의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국토부에서도 외주화는 안된다고 했지만 강행됐다. 관련 사업 경험이 없고 설립된 지 3개월도 안된 회사가 경쟁입찰에 단독 입찰해 수주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씨와 서울메트로 사장인 강경호, 해당 업체인 유진 등의 유착관계가 드러났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 후 강경호씨는 다시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됐고, 스크린도어 사업이 도입됐다. 그 역시 유진이 맡았다. 강경호씨는 현재 이명박씨 형인 이상은씨가 대표인 주식회사 다스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한 원인이었던 해피아들과 다를 바 없는 메피아들 실체도 드러났다. 청년이 일하던 은성PSD 직원 143명 중 36명이 메트로 퇴직 관리들. 입찰 당시 조건이 고용 인력 중 30%를 전직자로 채용하고 임금의 60~70%를 보장한다였다. 공공의 안전을 외주하청화하면서 생겨나는 이윤의 떡고물을 나눠먹는 것이었다. 140만원 안팎의 쥐꼬리 월급을 좇아 청년과 그의 동료들이 컵라면 챙겨먹을 시간도 없이 일할 때 이들은 별다른 일 없이 메트로 시절 임금을 보장받았고, 회사는 수천억원의 광고 수익을 쌓아오고 있었다.


국회 국토해양위의 코레일에 대한 국정감사가 17일 정부대전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려 강경호 코레일 사장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_경향DB


이 모든 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권력형 부패와 비리의 사슬, 사람보다 이윤이 우선인 자본의 문화, 외주 하청 비정규직화의 구조적 참사이다. 서울시는 7일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에 대해서는 직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은 다행이며 부디 그 약속들이 정확히 지켜지기를 소망해본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부터 시작해 사회 곳곳에서 죽어가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의 현장에서 이런 사회적 약속들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해본다.

더불어 한 가지, 그 죽음의 스크린도어를 언젠가부터 치장해주며 뜻 없이 걸려 있던 ‘스크린도어 詩’는 어떡할 것인지 한번쯤 문학인 사회에서도 공론화가 되기를 바란다. 시인들은 그간 그게 서울시의 공익사업쯤일 거라 생각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시를 내주고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게 밝혀진 지금, 우리들 시가 오히려 있어야 할 자리는 저 작은 포스트잇들의 감응과 실천과 연대의 자리 어디쯤이 아닐지.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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