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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엔 여의도로 출근했다.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 공동대책위 회의. 새누리당사 앞 노숙농성 331일차, 부당해고 후 3500일 동안 거리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단 하루의 사과였지만, 그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노동자들은 60여일을 단식하고 1년여를 새누리당사 앞에서 노숙으로 지새야 했다. 그 세월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할까.

한국 부자순위 120위권, 지금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빼돌린 공장에서 배를 불리고 있는 박영호 사장의 사과와 책임은 언제쯤 물을 수 있을까. ‘미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위기’에도 해고가 정당하다는 면죄부를 준 대법원의 사과와 책임은 언제쯤 물을 수 있을까. 정의는 언제쯤이나 바로 세워질 수 있을까.

동병상련.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건너편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점거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 농민 대책위 연대 방문을 갔다. 여대야소여서 어떤 일도 못한다고 표를 몰아달라던 야당이 다수당이 되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20대 국회 첫 사업으로 세월호특별법 재개정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4년 3번의 야합으로 세월호 진실규명 기회를 침몰시킨 책임도 있다. 벌써 2년 넘게 유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선잠을 자야 한다. 침몰은 2014년 4월 한번만 일어났던 것이 아니다. 연거푸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이번엔 최소한 진실된 답을 들을 수 있을까. 백남기 농민 국회 청문회가 7일 열리기로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청문회는 시작일 뿐, 국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까지 가야 할 길이 많다.

바로 이어서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리는 통신 비정규직 티브로드 단식 선포 기자회견에 연대 참여했다.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유가족 단식도 벌써 14일째.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 대책위 농민들 단식도 벌써 10여일째. 그런데 또 단식이라니. 추석이 낼모레인데 가슴이 무너진다. 오늘은 웬일로 기자회견을 보장하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익숙한 경찰 선무 방송이 시작된다. ‘여러분들은 기자회견을 빙자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선창하는 등 불법 집회를 하고 있으니 즉각 중단하기 바랍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 책임을 묻기 위한 채증이 시작되며….’ 낯익은 영등포서 정보과 형사들이 와서 아는 체를 하지만 눈도 주기 싫다.

국회가 600만명의 국민이 청원한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나섰더라면, 명백한 물대포 직사 국가폭력에 대한 조사와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국회가 파견노동, 간접고용, 비정규직 확산법을 통과시키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와 아픔들이기도 하다. 이것은 부탁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과 사회의 요구이며 명령이다. 세월호특별법 재개정하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 비정규직법 폐기하라!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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