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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호소드립니다. 가능한 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마감하려고 앉아 있는 시간. 긴급 공지가 SNS를 도배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 강제 부검을 정말 강행하겠다는 것일까. 25일 밤 12시까지인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며칠 전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대병원을 지키고 있다. 24일 경찰은 언론을 통해 강제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영장 재청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모두가 연막이었다는 말인가.

정말 이 정부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어디까지 이 사회를 엉망으로 만들려는 것일까. 정부는, 아니 본인을 중세의 왕처럼 여기는 청와대는 물대포에 의한 공권력 살인 행위를 가리기 위해 그간 무수한 사회적 기준들을 허물어뜨려 왔다.

25일 오후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은 외압에 의해 명백한 ‘외인사’를 대한의료계의 지침까지 어기며 ‘병사’로 기재해 전체 의료계를 우습게 만들었다. 경찰과 검찰은 이를 빌미로 두 번씩이나 영장을 재청구하며 고인 죽음의 원인을 가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유가족들의 고소·고발 관련해서는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검경이다. 도대체 이 나라 공권력은 누구의 공권력인가. 특정 권력의 사병이란 말을 피할 수 있을까.

정작 지금 한국 사회에서 영장 발부가 시급히, 가장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근래 모든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청와대가 아닌가. 24일 JTBC 보도에 의해 대통령 연설문, 수석비서관 회의 주재 자료, 국무회의 자료 등 극비여야 할 최고 국정 정보가 아무런 자격도 없는 ‘최순실’에게 사전 유출되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 내내 논란이던 ‘십상시’나 ‘문고리 3인방’, 주변 ‘환관’들은 최소한 공무원 신분이기라도 했다. 도대체 대통령의 위에서 이 사회 최고 권력자처럼 행동해 온 ‘최순실’은 누구인가. 그런 비선의 조종에 의해 앵무새처럼 연설문을 읽고 있던 박근혜씨는 도대체 누구인가.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막고,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 앞에 살인 물대포를 전진 배치시키고, 역사교과서를 ‘족보’책처럼 국정화시키고, 2000만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도매값으로 자본에게 넘기려 노동법 전면 개악을 밀어붙이고, 사드 배치로 한반도를 전쟁기지화하려는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는 이 국가의 주권자인 모든 국민들을 무엇으로 아는 것인가. ‘쫄’로, ‘바보’들로, 아니면 교육부 정책기획관이었던 이처럼 ‘개·돼지’들로 아는 것은 아닌가.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영장 집행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 먼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영장 청구가 있어야 한다. 그가 물러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법정에 그와 그의 ‘무당’ ‘환관’들이 세워져야 한다. 그러지 않을 때, 오늘은 서울대병원으로 가지만, 모든 국민들이 내일은 청와대를 향해 가게 될 것이다.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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