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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디지털혁명의 기반이 된 우리 시대 최고의 발명품이다. 개방과 공유를 기치로 탄생한 인터넷에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권력자들이 나타났다. 인터넷을 지배하려는 자이다.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디지털시대 전 세계를 손아귀에 쥐고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은 핵공격을 하거나 국경을 침공해서 영토를 차지하는 그런 고전적인 수법이 아니다. 인터넷만 식민지화한다면 향후 전 세계의 정보를 독점하고, 실질적인 빅브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를 감행하고, 실행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다양한 시스템과 해킹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감청·사찰을 해왔다. ‘엑스-키스코어’. ‘프리즘’ ‘더블 에로우’ 등과 같은 감청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을 식민지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혹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등의 백도어를 통해 수시로 정보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물론 구글, 페이스북 등은 이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영국 언론 가디언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때로는 ‘플레임’ 같은 강력한 바이러스를 통해 윈도의 보안을 뚫기도 했다. 철통보안을 자랑하던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업체 스카이프는 미국 MS에 팔린 후 갑자기 보안에 취약해졌다. 보안전문가들은 이 모두가 NSA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처럼 되고 싶어 하거나 연합전선을 펴는 국가들도 역시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영국 등 30여개의 유럽 국가들 역시 감시·감청 프로그램을 가동해온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 일지 _경향DB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둔 해킹팀이 해킹을 당하면서 불거진 국정원 해킹 사태로 나라가 시끄럽다. 필자는 이탈리아 업체에서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의 성능이나 매입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왜 그들 국가에서는 가만 있는데 우리만 호들갑을 떠느냐는 주장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국정원은 북한을 코앞에 두고 정보 수집 등 국가 안위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국정원 직원들은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국정원은 때로 해킹도 하고 사찰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칠 수 있다. 그것은 법 집행기관이 살인범, 내란죄, 강간범, 테러범이나 마약사범, 총기사범을 잡기 위해 용의자의 전화를 도청하거나 인터넷 통신을 감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정원이 대북 관련 정보 수집 및 국가 안위를 위해 감청하고 사찰하는 것이라면 어떤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하는지, 어떤 해커들을 동원하는지 굳이 물어볼 생각은 없다. 국가 안위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해킹이 정권의 정치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 그것은 정권 유지나 계책을 위해 반대세력이나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려는 불순한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미국 NSA처럼 무차별적으로 전 세계 수십개국 국가 정상의 안방까지 사찰과 감청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된다면 정보 수집 차원에서 얼마든지 하시라. 북한 김정은 집무실을 해킹, 사찰해서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어떤 음모를 꾸미는지.
그것은 우리 시대 정보기관들이 벌이는 암묵적 사찰활동이고 국가 이익과 생존, 안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NSA의 사찰 대상이기도 했고, e메일마저 털린 브라질 대통령의 말에 국정원은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사생활에 대한 권리가 없다면 표현과 의견의 진정한 자유는 없다. 그렇다면 실제적인 민주주의도 있을 수 없다.” 물론 첫마디에 “대한민국 국민”을 첨가해서 말이다.
최희원 | 소설가·‘해커묵시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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