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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벌어진 국정원 사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미지의 연속처럼 느껴졌다. 해킹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첨단보안회사의 e메일이 뚫리고 프로그램을 사들인 국가들과 극비의 질문들이 공개되고, 안타깝게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가장이 목숨을 끊었다.
이건 영화인가, 소설인가, 아니면 조작된 현실인가. 모두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일상과 처절한 삶의 일부이고, 현실이다.
사이버 공간이 인터넷이 만들어낸 꿈과 환상의 세계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침투해 있고, 그것이 환상이 아니고 존재하는 실재 세계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사실상 우리 삶의 기반시설이 되고 있는 인터넷을 식민지화하려는 엄청난 시도가 미국 정보부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을 수중에 넣는다면, 세계를 장악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우리는 그저 삶을 통제하는 컴퓨터 시스템의 노예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 정보부가 전 세계를 감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 중국이 악을 쓰고 이에 맞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4년 전 봄 이집트 시위대는 이집트 비밀경찰 본부를 뒤지다가 수많은 서류다발 가운데 ‘FINFISHER(핀피셔)’라는 제목의 서류다발을 발견했다. ‘핀피셔’는 이집트 정부가 시민들의 통신 내용을 감청하기 위해 구입한 영국의 ‘감마인터내셔널’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였다. 이탈리아 해킹팀 역시 영국의 ‘감마인터내셔널’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대상으로 첨단 해킹프로그램을 개발, 판매하는 회사들 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실력 있는 해커들은 종합적인 감청, 사찰 등이 가능한 해킹프로그램을 개발, 돈을 버는 해킹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들이 무슨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목적은 돈이다. 그렇기에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프로그램을 구입한 국정원의 해킹사건 논란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국정원은 때로 해킹도 하고 사찰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칠 수 있다. 국정원이 대북 관련 정보 수집 및 국가 안전을 위해 그에 반하는 범죄자나 전력 있는 용의자를 감청하고 사찰하는 것을 국민들이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해킹프로그램을 국민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장착시키는, 총구를 국민에게 겨누는 것을 우려할 뿐이다.
미국은 ‘엑스-키스코어’ ‘프리즘’ ‘더블 에로’ 등과 같은 감청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천후 사찰과 감청,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큰 문제를 제기하거나 제동을 거는 이가 없는 이유는 모든 활동들이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0년 전부터 사이버 공간이 모든 전쟁의 시발점이 되고, 작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측, 사이버 공간에서 공세를 목적으로 한 국가정책에 힘을 쏟았다. 중국의 정부 주도 아래 이어지는 전 세계를 향한 지속적이고 무차별적인 국가기관 해킹 등 스파이 활동은 더 큰 자극제가 됐다. 그 결과 우수한 사이버전사들을 양성하고, 해킹프로그램과 사이버 무기들을 개발했다. 이란의 핵시설을 한동안 무력화시킨 스턱스넷이나 감염 사실조차 모르게 활동하는 최고의 정교함을 자랑하는 플레임 같은 경이로운 악성코드를 만들어내는 것도 모두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도 사이버전을 대비하고 사이버전사, 우수한 해커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사이버 무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사이버전은 국방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최근 밝혀낸 방산비리만 1조원에 달할 정도로 악취가 쏟아지는 요즘, 사이버 무기와 사이버전에 대한 예산과 투자에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방산비리로 낭비된 돈의 일부라도 사이버 보안 예산에 투입됐더라면, 굳이 이탈리아 해킹팀을 찾아다닐 필요가 있었을까.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스마트폰 보유율 세계 4위를 자랑하는 한국이 사이버전 수행 능력과 보안 수준이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보(첩보)전쟁시대에 대비해 해커들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 2017년까지 5000여명의 해커를 양성한다는 계획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해커는 더 이상 디지털 세상의 질서와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일그러진 괴물이 아니다. 그중엔 길을 잃은 이들도 있고, 기회를 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적지 않게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이 해커를 크래커로 몰아가고 있지만 그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미래를 주도하도록 국가가 지원에 나선다면 우리는 인터넷을 식민지화하는 사이버 전쟁에서 도태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이건 영화인가, 소설인가, 아니면 조작된 현실인가. 모두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일상과 처절한 삶의 일부이고, 현실이다.
사이버 공간이 인터넷이 만들어낸 꿈과 환상의 세계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침투해 있고, 그것이 환상이 아니고 존재하는 실재 세계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사실상 우리 삶의 기반시설이 되고 있는 인터넷을 식민지화하려는 엄청난 시도가 미국 정보부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을 수중에 넣는다면, 세계를 장악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우리는 그저 삶을 통제하는 컴퓨터 시스템의 노예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 정보부가 전 세계를 감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 중국이 악을 쓰고 이에 맞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4년 전 봄 이집트 시위대는 이집트 비밀경찰 본부를 뒤지다가 수많은 서류다발 가운데 ‘FINFISHER(핀피셔)’라는 제목의 서류다발을 발견했다. ‘핀피셔’는 이집트 정부가 시민들의 통신 내용을 감청하기 위해 구입한 영국의 ‘감마인터내셔널’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였다. 이탈리아 해킹팀 역시 영국의 ‘감마인터내셔널’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대상으로 첨단 해킹프로그램을 개발, 판매하는 회사들 중의 하나이다.
해커조직 어나니머스의 상징인 가면을 쓴 남성_경향DB
이처럼 실력 있는 해커들은 종합적인 감청, 사찰 등이 가능한 해킹프로그램을 개발, 돈을 버는 해킹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들이 무슨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목적은 돈이다. 그렇기에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프로그램을 구입한 국정원의 해킹사건 논란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국정원은 때로 해킹도 하고 사찰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칠 수 있다. 국정원이 대북 관련 정보 수집 및 국가 안전을 위해 그에 반하는 범죄자나 전력 있는 용의자를 감청하고 사찰하는 것을 국민들이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해킹프로그램을 국민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장착시키는, 총구를 국민에게 겨누는 것을 우려할 뿐이다.
미국은 ‘엑스-키스코어’ ‘프리즘’ ‘더블 에로’ 등과 같은 감청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천후 사찰과 감청,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큰 문제를 제기하거나 제동을 거는 이가 없는 이유는 모든 활동들이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0년 전부터 사이버 공간이 모든 전쟁의 시발점이 되고, 작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측, 사이버 공간에서 공세를 목적으로 한 국가정책에 힘을 쏟았다. 중국의 정부 주도 아래 이어지는 전 세계를 향한 지속적이고 무차별적인 국가기관 해킹 등 스파이 활동은 더 큰 자극제가 됐다. 그 결과 우수한 사이버전사들을 양성하고, 해킹프로그램과 사이버 무기들을 개발했다. 이란의 핵시설을 한동안 무력화시킨 스턱스넷이나 감염 사실조차 모르게 활동하는 최고의 정교함을 자랑하는 플레임 같은 경이로운 악성코드를 만들어내는 것도 모두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도 사이버전을 대비하고 사이버전사, 우수한 해커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사이버 무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사이버전은 국방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최근 밝혀낸 방산비리만 1조원에 달할 정도로 악취가 쏟아지는 요즘, 사이버 무기와 사이버전에 대한 예산과 투자에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방산비리로 낭비된 돈의 일부라도 사이버 보안 예산에 투입됐더라면, 굳이 이탈리아 해킹팀을 찾아다닐 필요가 있었을까.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스마트폰 보유율 세계 4위를 자랑하는 한국이 사이버전 수행 능력과 보안 수준이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보(첩보)전쟁시대에 대비해 해커들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 2017년까지 5000여명의 해커를 양성한다는 계획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해커는 더 이상 디지털 세상의 질서와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일그러진 괴물이 아니다. 그중엔 길을 잃은 이들도 있고, 기회를 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적지 않게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이 해커를 크래커로 몰아가고 있지만 그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미래를 주도하도록 국가가 지원에 나선다면 우리는 인터넷을 식민지화하는 사이버 전쟁에서 도태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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