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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열기가 결실을 맺어가던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기억난다. 전쟁의 아픔을 겪고 못살던 나라가 불과 몇 십년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큰 업적을 서울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과시한 큰 경사였다. 그로부터 꼭 30년이 되는 해에 우리는 올림픽의 양대 꽃이라 할 수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또한 개최하게 되었다. 그것도 3번의 시도 끝에 선정된 자랑스러운 쾌거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우리 민족의 경사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실험, 미사일 도발과 이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 때문이다. 경사스러운 날에 전 세계인들을 초청해 놓고 언뜻 보면 신변안전에 우려와 걱정이 생긴 나라로 오라고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어느 어느 나라는 참가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시상식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 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까지는 이제 40여일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올림픽의 정신은 무엇인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올림픽은 한마디로 참여를 통해 우정을 나누고 평화와 자유를 고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 조정코자 하는 결단까지 검토 중이다. 동맹국인 미국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올림픽을 위해 동맹의 가치나 안보까지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안보태세는 늘 유지하되 전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올림픽을 위해 혹시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일은 좀 미루자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지금과 같은 한반도 위기상황에서도 팀스피릿 훈련이 일시 중단된 사례가 있다.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이러한 사항은 우리 정부에 좀 맡겨두자고 당부하고 싶다. 연합훈련의 문제로 한·미동맹 전체를 평가하면서 이러쿵저러쿵하여 국론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양국 간 외교안보 문제까지 염두에 두면서 결정을 내릴 우리 정부를 국민들이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올림픽 계기 휴전결의안도 채택된 만큼 한·미뿐 아니라 주변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거창하게 올림픽 정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민족의 경사에 북한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다. 북한은 당장 도발을 멈추고 전 세계인과 민족의 축제에 동참하길 바란다. 절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긴장고조 행위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1월1일 북한 신년사에서 긴장고조 중단과 올림픽 참여를 위한 메시지를 내길 바란다. 그런 의사만 있다면 북한 참가인원의 참여를 위한 대화의 장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며칠 전 강원도 남북교류협력단이 중국 쿤밍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북한 측 체육계 고위급을 만났다고 알려지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올림픽위원회 및 국가, 민간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보자. 북한은 더 이상 이러한 기회를 실기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 강대강으로 가면 압박과 고립의 악순환만 지속될 뿐이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고 조건 없는 대화와 협상에 임해야 한다. 언제까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을 것인가? 대결과 갈등, 고립이 아닌 참여와 대화를 통해 진정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내년은 황금개띠의 해로 알려져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개는 환영과 소통의 아이콘이다. 용감함과 책임감의 상징이기도 하다. 새해에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가 전 세계인의 환영을 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 미래에 대한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남북이 진정한 소통과 대화를 시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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