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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황금개띠

opinionX 2017. 12. 29. 10:43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8이다. 그 이유는 ‘돈을 번다’ ‘재산을 모은다’를 뜻하는 ‘파차이(發財)’와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168(이리우빠)과 158(우아오빠)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이유도 ‘일생에 계속 돈을 번다’거나 ‘나는 돈을 벌기를 원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베이징 올림픽도 2008년 8월8일 저녁 8시8분에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쌍팔년도’ ‘58년 개띠’라는 말이 있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를 본 세대들은 ‘쌍팔년도’를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1988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는 ‘단기 4288년’으로 1955년을 말한다. 이와 더불어 입에 오르내리는 말은 ‘58년 개띠’다. ‘57년 닭띠’ ‘59년 돼지띠’라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1958년 개띠는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상징이 되었다. 시인 서정홍은 <58년 개띠>라는 시집을 냈다.

60년 만에 찾아오는 내년 ‘황금개띠 해’를 맞아 서울 중앙우체국 직원들이 27일 다양한 개의 형상을 표현한 연하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상훈 기자

2018년은 무술년 개띠 해이다. 60간지의 10간 가운데 무(戊)는 황금색, 12지 가운데 술(戌)은 개를 뜻하기 때문에 ‘황금개띠의 해’라고 한다. 2007년은 황금돼지의 해라고 해서 떠들썩한 적이 있다. 그해에 태어나면 운수가 좋다는 말도 나왔다. 그래서인지 이때 출생아는 49만명으로 전년도인 개띠해 44만명이나 다음해인 쥐띠해 46만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사실 2007년은 ‘붉은 돼지의 해’였으나 유통업계에 의해 황금돼지의 해로 둔갑했다.

우리 주변에 개만큼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한 동물도 드물다. 한국에서는 신석기시대 유적지에서 개뼈가 발견됐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개그림이, 신라시대에는 개형상을 한 토우들이 나왔다. 개의 이상한 행동을 불운의 징조로 보기도 했다. ‘개가 지붕에 올라가면 흉사가 있다’고 했다. 개가 인간에게 도움을 주거나 은혜를 갚은 의견설화나, 의구총(개무덤), 의견비(개비석)도 있다. 인간에게 충성한 개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각종 욕설이나 비하의 상징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아마도 흔하기 때문인 듯하다.

황금개띠해를 앞두고 ‘개 마케팅’이 한창이다. 반려동물 1000만가구 시대를 맞아 관련 업계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2019년에 더 시선이 간다. ‘황금개의 해’보다 한 수 위인 ‘황금돼지의 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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