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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을 완료할 무렵인 2012년부터 5년 연속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4대강 가까이 가 보면 누르스름한 죽은 녹조들이 엉켜있고 거기서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강바닥에는 시궁창 냄새가 나는 오염물질들이 쌓여 거의 무산소층을 이루고 있다. 죽은 물고기들이 물 위 여기저기 떠다니고, 멱감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4대강은 죽어가고 있다.
녹조 발생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오염물질이 있어야 하고, 수온이 높아야 하고, 물이 정체돼야 한다.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은 원천봉쇄가 불가능한 일이고, 여름철에 수온이 상승하는 것도 자연현상이다. 이 두 가지 조건만으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녹조 발생의 근본 원인은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 때문에 물이 흐르지 못해서다. 녹조에는 간에 치명적인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있고, 지난해 여름 낙동강의 경우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456배를 초과했다. 이런 물이 낙동강 인근 1300만명의 식수원이다.
환경운동연합 회원이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대강 공사로 발생한 녹조 때문에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상어 모양 튜브에 녹색물감을 칠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녹조 발생에 대한 국토부의 ‘물타기’는 끝이 없다. 지난여름 폭염이 녹조 발생의 원인이라고 하는데 이 주장은 근거가 없다.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섬진강에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고, 보를 철거한 울산 태화강에서도 녹조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낙동강 수질이 나빠지면 희석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한 영주댐은 최근 시범 담수를 했는데 녹조로 그득하다. 영주댐도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맥박이 뛰듯이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펄스 방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펄스 방류의 본질은 수문을 여는 것이고, 결국 물의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상한 뉘앙스를 풍기는 펄스 방류는 교과서에도 없는 꼼수인 것이다. 국토부가 만든 ‘낙동강 수계 최적연계 현장 시범 적용(안)’에 따르면 펄스 방류를 하면 일정 부분 녹조를 저감할 수 있다. 국토부는 녹조 발생 원인도 해결책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시 방류 즉 수문을 열어둔 상태로 보를 운영하는 방법은 제외됐다.
시민단체들이 보에서 상시 방류할 것을 계속 주장하자 국토부는 지난 17일 해명자료를 통해 ‘다기능보 가용수량이 있는 경우, 녹조 저감 등을 위해 연계 방류를 시행’하고, 상시 개방이 곤란한 이유로 ‘주변 지하수위 유지와 가뭄대비 비상용수 공급’을 들었다. 녹조 저감을 위해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하고, 수량이 많을수록 수문을 오래 열수록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비상용수 때문에 상시 개방이 안된다는 것이다. 보 건설로 주변 지하수위가 상승해 많은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고, 확보한 물의 사용처에 대한 계획도 없는데 비상용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이 없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에 저장한 물은 ‘산불 용수’ 외에는 무용지물이다. 당장 수문을 상시 개방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수질이 나빠져도 녹조가 창궐해도 정수과정을 거치면 식수로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은 뒤돌아서면 생수만 마셨다. 환경부는 원수의 수질을 깨끗이 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데, 수문을 관리하고 있는 국토부에 수문을 열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스스로 국토부 2중대를 자임하고 있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진실을 외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그들이 진실을 인정한 순간 자기부정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 건설로 확보한 물을 수문을 열고 방류하면 보를 만든 목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뻔히 알면서도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눈감고 통과시켜준 죄가 있다. 4대강 사업의 주역들이 진급해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들이 먹는 물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문을 열라고 소리라도 질러야 하지 않을까?
박창근 |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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