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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찜통이 되어버린 올여름, 생태학의 근본법칙을 다시 생각한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날이 더우니, 문을 닫아 안과 밖을 차단하고 냉방기를 가동한다. 밖은 후덥지근하지만, 안은 시원하고 쾌적하다. 

하지만 안과 밖은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안쪽의 열기를 흡수해 밖으로 쏟아내는 냉방기를 통해서. 안쪽의 더위는 밖으로 이동할 뿐, 없어지지 않는다. 

확장해보면, 버려서 없앨 수 있는 쓰레기는 세상에 없다.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갈 뿐이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마시고 가겠다고 해도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카페가 많다. 설거지가 없어지니, 일손도 물도 덜 든다. 결국 돈이 덜 든다. 하지만 쓰고 버리는 일회용 컵은 없어지지 않는다. 어딘가에 어떤 형태로든 쌓여 간다. 경비는 절감돼도, “우리의 집인 지구”는 “엄청난 쓰레기 더미”로 변해간다(프란치스코 교황, <찬미받으소서>).


찜통더위가 이어진 7월.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가 집집마다 놓여있다. / 이석우 기자


냉방기를 가동해 내가 시원해지면, 누군가는 그만큼 덥게 지낸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편익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그래서 무엇을 얻으려고 행동할 때, 잘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인지, 누가 편익을 누리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지. 석탄화력발전은 우리나라 전기의 절반가량을 생산하지만,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핵발전으로 30% 정도의 전기가 생산되지만,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각종 방사성물질이 생겨난다. 감당할 수 있는가?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려면 거대한 송전탑을 세워야 한다, 누군가의 땅에. 대도시 주민들은 전기의 편익을 누리지만, 그 비용은 발전소와 송전탑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정당한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체계다. 전체는 부분들의 단순 총합보다 크다. 우리 행동의 결과는 우리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다. 우리는 잘 모른다. 겸손해야 한다. 4대강을 온통 파헤치며, 그 결과를 모두 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만한 무지”일 뿐이다. 오만한 무지는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나쁜 결과를 예측하려 들지” 않는다. “큰 규모로 일을 벌이려다 지나친 위험”을 초래한다(웬델 베리, <지식의 역습>). 이제 여름이면 연례행사가 된 낙동강의 ‘녹조 라떼’를 보라.

우리가 자연에 개입해 생겨날 결과는 ‘겸손’하게,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예측하고 평가해야 한다. 현재 문화재위원회에서 현상변경심의를 하고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다. 명백한 오류가 없는 한, 천연보호구역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과 운영이 미칠 영향에 대한 환경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겸손한 무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은 없다. 모두가 다른 모두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모두가 고유한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닌다. 인간에게는 쓸모없이 보이는 것도 전체에서 보면 필요하다. 우리는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

우리의 현실, 고통과 신음소리로 가득하다. 자연만 앓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억울함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 어린이와 노인, 여성과 장애인, 농민과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가 일차적 희생자다. 광화문을 비롯해 서울 시내를 잠시만 둘러봐도 알 수 있다. 배제와 독점, 분리와 적대의 원리가 우리의 현실을 떠받들고 있다. 

생태학의 근본법칙에 반하는 이 흐름을 추종하거나 방관하는 한,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현실에서 독립된 존재임을 선언하고 절대적 지배자임을 자처하면, 인간 삶의 기초가 붕괴”된다(<찬미받으소서>). 나를 둘러싼 다른 모든 존재들 덕분에 내가 살고 있음을 겸손히 받아들일 때, 포용과 공유, 연대와 환대의 원리가 비로소 작동하지 않을까. 올여름의 폭염을 식혀줄 한줄기 비가 내리지 않을까.


조현철 신부·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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