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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환자가 15년 만에 거제도에서 처음 발생한 데 이어 추가 환자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상하수도와 개인위생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전형적인 후진국형 전염병인 콜레라가 집단 창궐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손을 제대로 씻고, 물과 음식을 끓이고 익혀 먹는 등의 예방조치를 취하고 설사와 탈수증상 때 재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한다면 감염률과 치사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질병관리본부도 일단 집단감염보다는 개별감염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환자가 거제도에 있었다는 것만 같을 뿐 첫번째 환자는 횟집에서, 두번째 환자는 교회에서 생선을 섭취하는 등 연관성은 없다. 또 첫번째 환자는 광주 출신의 거제도 여행객이고, 두번째 환자는 거제도 주민이다.
출처: 경향신문 DB
그러나 방심 또한 금물이다. 거제라는 지역사회에 이미 콜레라균이 전파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2001년 집단 발병 이후 15년간 잠잠했던 콜레라균이 왜 이 시점에서 갑자기 거제 연안에 나타났는지 다각도로 검토해봐야 한다. 첫번째 환자의 콜레라균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는 보고되지 않은 유전자형이었다는 것도 찜찜한 대목이다. 수입 어패류를 먹고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두번째 환자는 직접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혹은 국내의 콜레라균이 유전자 변이현상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새로운 콜레라균이 해류 등을 타고 유입돼 국내 연안의 어패류를 오염시켰을 수도 있다. 보통 해수온도가 높아지면 비브리오 콜레라균의 증식이 활발해진다. 플랑크톤에 기생하는 콜레라균이 어패류를 통해 사람에게 옮겨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해수면 온도가 2~6도가량 올랐다. 리카 콜웰 미 메릴랜드대 교수를 비롯한 합동 연구팀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엘니뇨 현상으로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 비브리오 콜레라균이 급증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아직 이번 콜레라 사태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요즘 지속적인 기온상승으로 콜레라균과 살모넬라균, 식중독균 같은 미생물 번식이 쉬워지고, 뎅기열·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이 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적응하는 법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15년 만에 나타난 콜레라균은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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