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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시선

[시선]총선의 역설

opinionX 2020. 2. 3. 11:18

1987년 대통령직선제 이후, 22번의 선거가 있었다.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의 국민 총득표수 기준 성적은 22전 5승17패. 정치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실체다. 한 시즌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의 성적이었다면 다음해, 마운드에 서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의 예상성적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예전엔 선수의 모든 기록을 사용하다 실패했다. 지금은 예측에 최적화된 기간과 모형을 찾았고, 최근 2~3년의 기록만 사용한다. 따라해봤다. 22번의 선거결과를 놓고, 올해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특정 기간을 찾았다. 2012년 총선부터 2018년 지방선거까지 6번의 선거결과가 가장 적합하게 분석됐다. 그 과정에서 올해 총선을 전망하는 데, 몇 가지 특징을 찾았다.

첫째, 1987년부터 2016년까지 선거에서 민주당은 39%, 한국당은 52%를 득표했다. 반면에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선거에선 민주당 43%(4% 증가), 한국당 38%(14% 감소)로 기울기가 바뀌었다. 민주당 지지증가보다 한국당 지지감소가 뚜렷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평가가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제3정당 및 무소속에 투표했던 교차투표자는 7%에서 19%로 12%가 증가했다. 양당체제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효과를 볼 수 있는 조건이다. 셋째, 30년 동안 집권당은 대선 승리 이후, 집권 기간 모든 선거에서 대선 득표율보다 낮은 득표율을 얻었다. 총선과 지방선거가 집권당 평가라는 틀 안에서 치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2017년 대선(41%)보다 2018년 지방선거(55%) 득표율이 높았다. 패턴을 벗어난 유일한 사례다. 집권의 힘이 정당과 정부보다는 패러다임에 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

선거를 예측하는 데 변화의 방향도 중요하지만, 속도에 영향을 주는, 변하지 않으려는 속성의 끌어당기는 힘도 고려되어야 한다. 예측은 틀릴 수도 있다. 최악은 틀린 예측이 아니라, 예측하지 않는 것이다. 예측을 통해 상황인식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주권자의 적극적인 행동과 직결되고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10년간 정치성향이 흔들리거나 바뀐 유권자가 크게 늘었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그리고 직접 전달하는 포지티브 선거 캠페인이 이전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은 함정이 될 수 있다. 둘째, 정당이 계층을 대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설계하고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공약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마치 집권 기간에 두 번의 대선을 치르는 것과 총선 패턴의 역설과도 비슷할 수 있다. 셋째, 양당체제의 약화로, 공공성과 유능함이 유권자의 선택기준으로 강화될 것이다. 안티테제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울 것이다.

역대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지역구 획득의석만으로도 최소한, 한국당을 넘어선 1당이 될 수 있다. 제3당, 4당은 선전할 것이다. 역대선거 결과는 기후이고, 여론조사 결과는 날씨에 해당한다. 날씨는 수시로 바뀌지만, 기후는 장기적인 변화다. 이번 총선은 날씨보다 기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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