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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임의진의 시골편지

신이여

opinionX 2022. 10. 13. 10:29



나이를 지긋이 드신 분을 외국말로 ‘시니어’라 하는데, 내 마음 같아선 ‘신(god)이여’. 거의 하나님 천주님급. 최근 재밌는 책을 선물받았는데, <일단 살아봐 인생은 내 것이니까>. 11명의 시니어가 펼치는 삐뚤빼뚤 고민상담 들어주기. 

노자 왈 맹자 왈 깨달은 도사들의 답변이 아니어서 반가웠다. ‘신이여’들은 식사 후에 믹스 커피를 즐기는 특징. 

‘재미없고 무기력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 친구들하고 자주 만나라’, ‘행복하게 나이 들고 싶어요. 방법이 있을까요? 답: 행복하게 살려면 1. 건강하게 산다 2. 마음을 비운다. 3. 남과 잘 소통한다’, ‘침대에서 나오기 너무 힘들어요. 답: 그대로 자라’, ‘남자친구가 왜 안 생길까요? 답: 눈을 딱 뜨고 계속 찾아라’.

요즘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젊어졌다, 어려졌다, 연애하느냐, 산삼을 구해 먹었냐” 그런다들. 항상 장발이던 자가 짧은 머리 스타일 때문이 아닌가 싶지만, 어디서나 유머와 장난기 때문 같다. 신을 뵈러 구름택시를 타고 승천하기엔 나이도 아직 어리고 말이다. ‘신이여’가 되기엔 무엇보다 신앙심이 부족해서 ‘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좋은’ 생존능력자. 

행복은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어르신 말씀마따나 건강하게 살고, 마음을 비우고, 남과 잘 소통하면 된다. 소통을 먹통으로 아는 자들과 말씨름할 필요는 없겠다. 나도 그들의 장례식장에 안 갈 거지만 그들도 내 장례식에 올 일이 없다. 내 장례식장에서 육개장을 떠먹을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 

사생활이 가장 깨끗한 가수는? 사연이 없어서 노사연씨. 대표곡 ‘만남’은 만고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다. “돌아보지 말아. 후회하지 말아. 아 바보 같은 눈물 보이지 말아.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사랑으로 마무리 짓는 인생이란 실패가 있을 수 없다. 나이 들어 추하고 외롭게 살지 않으려면 1938년생 고관순 할머니의 말씀도 새기자. “항시 마음 올게(옳게) 먹고, 잘 살아라.”


<임의진 목사·시인>

 

 

연재 | 임의진의 시골편지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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