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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의 슛이 골대를 비켜갔다.” “△△△의 슈팅이 골대를 비껴갔다.” 어느 신문에 난 기사다. 같은 내용인데 ‘비켜갔다’와 ‘비껴갔다’로 달리 썼다. 어느 것이 맞는 걸까?
‘비키다’는 ‘무엇을 피해 방향을 조금 바꾸다’는 의미다. 문장의 주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쓰인다. 원치 않은 상황을 만났을 때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나 남을 배려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간다는 뜻이 있다. “앞에 물웅덩이가 있어 비켜갔다” “사람들을 비켜가며 빨리 걸었다”는 사람이 물웅덩이나 다른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피해 간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비켜갔다’로 써야 한다.
(경향신문DB)
이에 비해 ‘비끼다’는 비스듬히 또는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뜻한다. 주어는 주로 의지나 의도를 가질 수 없는 무생물이다. “공이 골대를 비껴갔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껴갔다” 따위로 쓰인다. 공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골대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껴갔다’가 바른 표기다. 또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켜갔다”가 아니라 ‘비껴갔다’인 것도 태풍이 우리나라를 피해 가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움직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태풍이 우리나라로 지나가지 않고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는 뜻이므로 ‘비껴갔다’가 맞다. 주어가 의지를 가지고 피해 갈 수 있으면 ‘비켜가다’, 그렇지 않다면 ‘비껴가다’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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