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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며칠 전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을 봤다. 프로그램의 주제(소제목)는 ‘김장대첩’이었다. 여러 멤버가 팀으로 나뉘어 김장 재료를 더 많이 얻기 위해 경쟁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글쓴이는 프로그램의 내용보다는 ‘김장대첩’이란 말에 더 관심이 갔다. 제작자가 ‘대첩’이란 말을 쓴 이유는 분명 있겠지만, ‘김장대전’이 의미적으로 좀 더 낫지 않나 생각했다.
해남·진도 바다 울돌목에서 펼쳐진 ‘명량대첩 축제’ 재연극 (출처: 경향DB)
대전(大戰)과 대첩(大捷)은 의미가 다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대전’을 여러 나라가 참가하여 넓은 지역에 걸쳐 큰 전쟁을 벌임 또는 그런 전쟁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김장대전’이라고 하면 멤버들이 김장 재료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대첩’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이김 또는 큰 승리다. 청산리대첩이나 한산도대첩은 단순히 청산리나 한산도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전투를 벌여 크게 이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전’의 결과로 얻은 것이 ‘대첩’이다. 그러므로 ‘김장대첩’이라고 하면 어느 한 팀이 이미 대승을 거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대전이나 대첩 앞에는 일반적으로 지명이 온다.
이런 이유로 최근 벌어진 여야 대선 후보의 광화문 유세 대결도 ‘광화문대첩’이 아니라 ‘광화문대전’이나 ‘광화문격돌’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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