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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오래전 TV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결혼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는 것을 봤다. 약골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평생 약을 다려줄 사람이 생겼다”며 ‘아이마냥’ 좋아했다. 그때 글쓴이는 ‘약을 뭘로 다리지? 다리미로 다리면 못 마실 텐데’ 하며 실없이 웃은 적이 있다.


우리말글은 발음이 엇비슷해 표기할 때 헷갈리는 단어가 많다. ‘달이다’와 ‘다리다’도 그중 하나다. 주로 ‘달이다’를 써야 할 자리에 ‘다리다’를 쓴다.


먼저 ‘달이다’는 ‘액체 따위를 끓여서 진하게 만들다’ ‘약재 따위에 물을 부어 우러나도록 끓인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약을 달여줄 사람이 생겼다” “뜰에서 달이는 구수한 한약 냄새만이 아직도 공복인 필재의 구미를 돋우어 줄 뿐이다” 따위로 쓴다.


(경향신문DB)


반면 ‘다리다’는 ‘옷이나 천 따위의 주름이나 구김을 펴고 줄을 세우기 위해 다리미나 인두로 문지른다’란 뜻이다. 따라서 “다리미로 옷을 다리다” “다리지 않은 와이셔츠라 온통 구김살이 있다”에서 ‘다리다’ ‘다리지’처럼 쓴다. 명사 ‘다리미’ ‘다림질’이 동사 ‘다리다’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기억하면 ‘달이다’와 ‘다리다’의 구분이 좀 더 쉬울 듯하다.


그리고 ‘아이마냥’은 ‘아이처럼’이 맞는 말이다. ‘마냥’은 ‘마냥 행복해했다’처럼 부사로는 쓰지만 ‘아이마냥’처럼 조사로는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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