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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글쓴이는 겨울을 참 싫어한다. 겨울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동면하는 곰 수준으로 뒹굴뒹굴하며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는다. 추운 게 너무 싫기 때문이다.


날씨가 꽤 추워졌다. 이맘때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거나 듣는 말이 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시민들이 옷깃을 여미고 어쩌고저쩌고하는” 따위의 표현이다. 그런데 이때의 ‘여미고’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옷깃을 잘 여민다고 덜 추워지는 게 아니다.


‘여미다’는 ‘벌어진 옷깃이나 장막 따위를 바로 합쳐 단정하게 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여미다’는 흐트러진 옷차림을 단정하게 매무시할 때 쓰는 말이지 추위를 막을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추위를 막으려면 옷깃을 세워야 한다.


또 관용구로 쓰이는 ‘옷깃을 여미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옷을 가지런하게 하여 자세를 바로잡다란 의미다. “폐허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 의지에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기도 한다” “순국선열들을 생각하며 옷깃을 여미어 묵념했다” 따위로 해야 제 용법에 맞게 쓴 것이다.


옷과 관련해 잘못 쓰는 말이 또 있다. 바로 ‘소맷깃(소매깃)’이다. 흔히 “소맷깃을 부여잡고 늘어졌다”고 말하는데, ‘소맷깃’은 표준어가 아니다. ‘소맷깃’의 바른말은 ‘소맷귀’이다. ‘귀’는 두루마기나 저고리의 섶 끝 부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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