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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하다’란 말이 있다. “어젯밤부터 시작된 협상은 서로의 입장이 팽팽해 지리한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지은이 자기 이야기보다 인용한 글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지리하다” 따위로 많이 쓰인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란 의미로 ‘지리하다’를 쓴 것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방송과 신문에서 ‘지리하다’를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리하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지리하다’를 찾아보면 ‘지루하다’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란 의미의 말은 ‘지루하다’이다.


국회 예결위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지루함을 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04년, 경향DB)


‘표준어 규정’ 제11항에는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돼 있다. ‘상치’가 ‘상추’로, ‘미싯가루’가 ‘미숫가루’로 바뀐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어젯밤부터 시작된 협상은 서로의 입장이 팽팽해 지리한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지은이 자기 이야기보다 인용한 글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인용문이 지리하다”의 ‘지리한’과 ‘지리하다’는 ‘지루한’과 ‘지루하다’로 바꿔 써야 한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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