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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가는 산악회에 살가운 총무가 있다. 그는 산행 참석 댓글에 재미난 ‘이모티콘(그림말)’을 곁들인 답글을 일일이 달면서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그림말을 즐겨 사용한다. 그림말 옆에는 ‘굽신굽신’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인터넷상뿐만 아니라 ‘굽신’이라는 말은 “할리우드 스타에게 ‘굽신거리는’ 국내 영화 관계자의 태도 또한 문제다”처럼 신문 기사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고개나 허리를 가볍게 자꾸 구푸렸다 펴는 모양’ 또는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비굴하게 자꾸 행동하는 모양’이란 의미로 ‘굽신굽신’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많다. ‘굽신거리다’ ‘굽신대다’ ‘굽신굽신거리다’라는 표현도 자주 쓴다. 아마도 ‘굽신’의 ‘신’을 한자말 ‘몸 신(身)’으로 생각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고개나 허리를 가볍게 자꾸 구푸렸다 펴는 모양’의 말은 ‘굽실’ 또는 ‘굽실굽실’이다. 이는 한자말과는 전혀 상관없는 순우리말이다. 따라서 ‘굽실거리다’ ‘굽실대다’ ‘굽실굽실하다’ 따위로 써야 바른말이 된다. 그리고 ‘굽실’ 뒤엔 ‘거리다’ ‘하다’가 모두 올 수 있지만 ‘굽실굽실’처럼 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결합한 복합어(구시렁구시렁, 갸웃갸웃, 빤질빤질 등) 뒤에는 ‘하다’만 붙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이재오 특임장관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찾아가 인사하고 있다. (경향DB)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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