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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코로나 피싱’

opinionX 2020. 3. 9. 10:57

그래픽 _ 윤여경 기자

‘피싱’은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파고든다. 거짓을 사실인 양 위협하고 사기 치는 악성 범죄다. 사회불안 요인이 있을 때 더 활개를 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코로나19가 창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피싱·해킹·악성코드 유포 등 온갖 사이버 공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스크 무료로 받아가세요.” 마스크 대란을 겪는 요즘 누구나 눈이 번쩍 뜨일 문자 메시지다. 그러나 클릭하면 안된다.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유포하거나 개인 계정 정보를 탈취당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배송지연. 물품확인”이라는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유명 마스크 쇼핑몰 사이트를 그대로 베껴놓고 무통장 입금만 받는 식으로 벼룩의 간을 빼먹는 피싱 사이트도 적발됐다. 인터넷 게시판에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거짓 글을 올려 돈을 떼어먹는 단순 수법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다. 이들은 국내 확진자 발생 초기에는 정부·공공기관을 사칭해 ‘도시별 분포’ ‘실시간 상황’ 등 가짜 정보를 주로 내걸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시민들의 주 관심사인 마스크 쪽으로 타깃을 옮기고 있다.

코로나 불안에 편승한 피싱 등 사이버 범죄는 남의 불행, 사회적 혼란을 증폭시켜 한몫 챙기겠다는 반사회적 범죄다. 그동안 사이버 공간에서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이들과 비교하면 더욱 비난받아 마땅하다. 코로나 확진자들의 지역별 분포와 동선을 보여주는 ‘코로나맵’ ‘코로나 알리미’와 주변 편의점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마스크 알리미’ 등 앱은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대구의 16세 중학생 두 명은 코로나 관련 실시간 뉴스, 국내 환자 현황, 국가지정 격리병상 지역별 현황, 선별 진료소 위치 등을 총망라한 ‘코로나 나우’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주목받았다. 이들은 “중학생이라 미숙하지만, 걱정 없는 하루를 만들기 위한 일이라 시작했다”고 했다. “사이트 수익금이 생기면 마스크를 구입해 기부하겠다”고까지 했다.

마스크 대란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마스크 양보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더 필요한 곳에 마스크를 양보하겠다는 배려다. 이런 마음이 뭉치면 코로나도 결국 극복할 것이다. 하물며 피싱 따위야 퇴치 못할 리 없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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