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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에서 틈만 나면 참새들의 입방아거리로 오르는 주제가 하나 있다. 다른 종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흑인들이 왜 유독 수영에서만은 약할까 하는 궁금증이다.
다른 인종에 비해 물갈퀴가 짧다느니, 땀구멍이 너무 커서 물을 많이 품기 때문이라느니 하는 별의별 근거없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서도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단장을 지낸 알 캄파니스의 해석이 즐겨 인용된다. 그는 1987년 “흑인들은 부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단장직에서 쫓겨난 바 있다. 흑인들은 근육이 많은 대신 체지방이 적어 물에 잠기는 부분이
많다는 말이다. 물론 모두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이다. 이는 1988년 9월21일 서울올림픽 수영 접영 100m에서
입증됐다. 수리남의 앤서니 네스티가 7관왕을 노리던 매트 비욘디(미국)와 미하엘 그로스(독일)를 제치고 금메달을 딴 것이다. 이후
앤서니 어빈과 컬렌 존스(이상 미국) 등 흑인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흑인이 수영과는 맞지 않는 인종이라는
편견이 깨진 것이다. 그렇다면 흑인스타가 수영에 유독 적은 이유는 뭘까. 환경의 차이일 가능성이 높다. 수영은 축구나 야구, 육상
등 다른 스포츠와 달리 첨단 시설과 장비, 그리고 체계적인 개인교습이 필요한 종목이다. 흑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네스티도 미국에서 엘리트 수영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저개발국가나 서구의 저소득층에 속한 흑인들이 출세를 겨냥해서 승부를 걸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감비아 선수로 유일하게 출전한 수영 대표 팝 종가(오른쪽)와 아르팡 조브 코치가 8일 광주 유대회 선수촌에서 감비아 국기를 펼치고 활짝 웃고 있다.
-경향DB
그런 면에서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 감비아의 수영청년 파프 종가(17)의 도전은 박수받을 만하다. 50m 규격 풀은
구경도 못한 채 위험한 감비아 강에서 훈련을 받아온 청년이다. 접영 세계기록(26.67초)보다 13초 이상 늦은
기록(40초04)으로 조예선 꼴찌에 머물렀다. 그러면 어떠랴. 유니버시아드 시상식에서 국가 대신 부르는 공식노래가 있다.
‘그러므로 즐깁시다!(Gaudeamus igitur)’이다. 그 다음의 가사가 더 멋지다. ‘아직 젊을 때에(juvenes dum
sumus)…’이다. 17살 종가 청년이 부를 만한 안성맞춤의 ‘청춘송가’이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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