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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면 여주인공이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젤라토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로마관광을 하는 사람은 통과의례처럼 스페인광장을 들르고 젤라토를 찾는다. 젤라토는 아이스크림의 한 종류다. 아이스크림은 ‘냉동 커스터드’ ‘냉동 요거트’ ‘셔벗’ ‘젤라토’ 등 지역과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다. 그리스 사람들은 기원전 5세기에 눈가루에 꿀을 섞어서 먹었다고 전해진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얼음을 ‘활력을 주는 음식’이라며 권했다. 중국에서는 2세기경 우유와 쌀을 얼려서 혼합해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한다. 18세기에 들어 현재와 유사한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부 특권층만이 즐길 수 있는 호사였다. 아이스크림의 대중화는 냉동시설의 발달로 가능했다. 하지만 냉장고 밖에서 무더위에 곤죽이 돼 흘러내리는 것은 타고난 한계였다.

먹으면 입에서 연기가 나는 이른바 '용가리 과자'(질소 과자)를 먹은 한 어린이가 위에 구멍이 생기면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쉽게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이 개발됐다. 일본의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 있는 오테라피 연구센터는 쉽게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우연히 발명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어려움을 겪는 딸기 재배농가를 위한 새로운 디저트 개발이 계기가 됐다. 딸기에서 추출한 폴리페놀 액체를 이용한 디저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제품에 폴리페놀을 첨가하면 크림이 딱딱하게 굳어져 제품을 망친다’는 불만을 거꾸로 이용했다. 폴리페놀을 아이스크림에 첨가하면 오랫동안 녹지 않고 원형이 유지되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이 아이스크림은 3시간이 지나도 원래 모양을 유지했다고 한다. 잘 녹지도 않고 몸에 좋은 아이스크림의 탄생이다.

온몸을 얼려 버리고 싶은 더운 여름 냉동식품이 사람을 유혹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중국에서 더운 날씨를 이기려고 아이스바 54개를 먹은 40대 남성이 신부전증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사고가 났다. 충남 천안의 한 워터파크에서 냉동과자를 먹은 아이가 위에 구멍이나 큰 수술을 받은 것이다. 영하 200도에 달하는 액체 질소로 만든 냉동과자는 먹으면 입과 코에서 김이 난다고 해서 ‘용가리 과자’로 불린다. 위해성 여부도 가리지 않고 판매를 묵인한 당국의 책임이다. 아무리 더위 먹어도 소홀히 해선 안될 일이 있는 법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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