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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이 최근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았다. 결혼 전 삼성 계열사 평사원이었던 임 고문은 재벌가 맏사위로 변신하면서 ‘신데렐남(남자 신데렐라)’으로 불리며 뭇 총각들의 부러움을 샀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범한 청년을 남편으로 맞았던 이 사장의 결혼은 당시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로 관심을 끌었다. 재벌가 자녀와 보통 사람의 결혼은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손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 등이 평사원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_연합뉴스
창업주가 대부분 사망하고, 3~4세까지 이어진 지금 한국 재벌가의 결혼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른바 부촌에 몰려 살다보니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재벌가 자녀끼리의 혼사를 주선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한다. 재벌가 며느리가 됐다가 ‘그들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온갖 수모를 당한 끝에 결국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는 유명 연예인의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들끼리의 혼맥을 통해 재벌기업은 인수·합병(M&A) 못지않은 시너지 효과를 얻기도 한다. 사실상 내부거래를 통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가 가능한 것이다. 정치·관료 권력층과의 결혼을 등에 업고 기업을 성장시켰던 초창기 재벌과는 다르다. 권력의 중심이 정치에서 자본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한 민간 신용평가회사가 신용평가 점수가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거나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반대로 두 사람의 신용평점 격차가 크다면 파경에 이를 확률이 높다.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는 결혼은 성사되기 어렵고, 이뤄지더라도 깨지기 쉽다는 뜻이다. 동화 <신데렐라>의 결말은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는 ‘해피엔딩’이다. 만약 그게 끝이 아니라면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집안일뿐인 신데렐라가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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