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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는 일자리가 없는 거죠?”

“자네 아버지가 아직 일자리를 가졌기 때문이라네.”

“저는 왜 임금이 적은가요?”

“자네 아버지가 임금피크제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네.”

“제 아버지는 실업자이신데요?”

“그렇다면 노오오력하게.”

요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행하는 ‘남조선유우머’ 한 토막이다. 검색용 해시태그 ‘#’를 달고 온라인 공간에서 집단 창작되고 있는 ‘남조선유우머’는 사회의 각종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기업주 등 강자의 ‘갑질’과 정부 정책, 청년들의 취업고민 등이 주요 소재다. 남조선이라는 말에는 우리 사회가 북한보다 나을 게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예를 더 들어보겠다.



사례 1. “사장님, 제 월급이 3년째 오르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이게 다 회사가 어려워서 그런 거야.” “회사는 왜 어렵나요?” “나라 경제사정이 안 좋기 때문이지!” “사장님은 어제 차를 바꾸신 것 같던데요” “자네는 해고일세!”

사례 2.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직원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해고당한다. 근로계약서를 쓴 직원은 노조의 사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대통령에 관한, 뼈 있는 이야기도 많다.

사례 3. 자랑스러운 역사관을 갖게 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프랑스 대표 “부역자들을 처단해야 하오!” 독일 대표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자기성찰이 필요합니다!” 남조선 대표 “훗! 그거 교과서 하나만 바꾸면 될 것 아니오!”

사례 4. “대통령님. 요즘 유행하는 유머를 들어보셨습니까? 헬조선 유머들인데, 저는 요즘 그걸 모으는 게 취미입니다.” 대통령이 답했다. “그렇습니까. 저와 취미가 비슷하시군요. 저는 그 유머를 퍼트리고 다니는 사람을 모으는 게 취미입니다.”

읽을 때는 재밌지만 ‘남조선유우머’는 결국 슬프다. 살기 어렵고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그늘이 짙을수록 풍자가 성행하는 법이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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