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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교향악단 경영인

opinionX 2014. 12. 7. 21:00

수많은 악기의 하모니를 생명으로 하는 교향악단에서 최악의 불협화음이 연주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대표를 둘러싼 파문이 그런 모습이다. 직원들이 주장하는 박 대표의 언행은 상식 밖이다. ‘니들 월급으로는 못 갚으니 장기라도 팔아라’ ‘(술집) 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 등 인신공격성 폭언은 물론 성희롱까지 일삼았다고 한다. 파문이 커지자 그는 서울시향의 방만한 운영과 정명훈 예술감독의 전횡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자신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 감독은 박 대표도 말하듯이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다. 박 대표 또한 명문가 출신에다 하버드대 석·박사, 삼성생명 전무 등을 지낸, 말하자면 ‘누구나 부러워할 최고 스펙의 소유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2월 박 대표를 임명한 것은 서울시향이 예술에서뿐 아니라 경영에서도 ‘최고’가 되기를 바라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가 된 것 같다. ‘최고 스펙’은 경영 능력은 고사하고 자질조차 의심받는 지경에 처했다. ‘세계적 지휘자’는 동호회 같은 조직에서 독재자로 군림하며 재계약을 위해 뒤에서 정치나 하는 인물로 격하될 판이다.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국 직원들이 성희롱, 인사전횡 등을 주장하며 퇴진을 요구한 박현정 대표이사가 4일 서울 서소문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예산심의위원회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박현정 대표이사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주장을 "음해"라고 반박했다. (출처 : 경향DB)


사람을 믿는다면, 명성과 스펙까지 감안한다면, 정 감독은 물론 박 대표도 ‘그럴 분’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문제는 소통이 아닐까. 예술과 경영의 소통 방식 차이는 개와 고양이의 관계에 비유되기 한다. 개와 고양이는 행동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꼬리를 흔드는 행동이 개는 우호적, 고양이는 적대적 신호에 해당한다. ‘그르렁’ 소리를 내는 것도 개는 경고음이지만 고양이는 반갑다는 뜻이다. 숙명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불통 관계 말이다.

그런데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면 사사건건 충돌할 법하지만 그렇지 않다. 동물학자들은 놀랍게도 개와 고양이가 상대의 엇갈리는 몸짓 언어를 서로 잘 이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서울시향 사태의 해법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서울시향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성이지 경영 성과가 아니다. 화려한 스펙의 성공한 경영인보다 문화예술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화음을 맞추는 데 능한 ‘필하모닉 경영인’이 필요할 것 같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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