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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군 가산점

opinionX 2014. 12. 14. 21:00

잊을 만하면 현안으로 등장하는 제도가 있다. 간통죄가 대표적이다. 1953년 형법 제정 후 시시때때로 폐지 주장이 불거졌다. 유명연예인 간통사건 때는 어김없었다. 그만큼 이해당사자가 많고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법으로 처벌받은 이가 10만명이라고 한다. 위헌심판 신청도 5번이나 제기됐지만 모두 합헌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한 사회 공감대가 갈수록 높아져 ‘간통죄 목숨’은 경각에 달린 상태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민망한 대사 “나라가 왜 내 아랫도리를 간섭하나”는 간통죄 반대 문구로 자주 인용되기도 했다.

안락사 허용 문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목숨을 인위적으로 끊는 행위에 대한 반감과 품위 있는 죽음의 권리가 맞선다. 의학 발전에 따른 ‘식물인간’ 증가로 사회 현안으로서의 생명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리 ‘존엄사’를 가족에게 부탁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등 팽팽하던 논란의 저울추가 기울고 있다. 이 밖에 수능 등 대입제도 개편이나 초·중·고 수학여행 폐지, 카지노 허용, 투표연령 낮추기 등이 수시로 논란거리로 떠오르곤 한다.


군 가산점 부여도 그중 하나다. 2년간의 군 복무로 불가피하게 입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가산점 방식을 두고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여성과 장애인 등 군미필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기 때문이다.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최근 ‘군복무보상점’ 도입을 국방부에 권고했다고 한다. 군복무자에게 취업시험에서 만점의 2% 이내로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다. 이름만 다를 뿐 군 가산점 제도다. 명분도 실효성도 떨어진다. 혁신위원회 권고는 잇단 병영사고 예방과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것이다.

군 가산점 제도가 도입된다고 사병들의 구타 사망과 고급장교 성폭력이 사라지겠나. 군 가산점 제도는 이미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바 있다. 헌법에 관련 근거가 없고 특정계층의 양보와 손실을 전제로 하는 탓에 사회적 갈등과 적대감을 부추긴다는 헌재의 당시 판단 근거는 지금도 유효하다. 병영문화를 바꾼다면서 이참에 ‘군복무자 보상 민원’을 해결해보려는 얄팍한 속셈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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