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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기무사령관의 비극

opinionX 2018. 12. 10. 14:27

역대 군 보안부대장들은 비극으로 운명을 마감하기 일쑤였다. 이승만 정권 당시 간첩을 잡는다는 미명하에 무지막지한 권력을 휘두르던 김창룡 특무대장이 부하의 총탄에 비명횡사한 게 그 시발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기무사령부가 역대 부대장들의 일대기를 정리했는데 김창룡이 악명과 달리 청렴한 데 놀랐다고 한다. 부패가 만연한 상황에서도 김창룡이 부를 축적한 흔적이 없고 오히려 그 반대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결국 김창룡은 개인적 흠결보다 권력을 제어하지 못한 탓에 그 수레바퀴에 치여 죽은 셈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윤필용 보안사령관 역시 무소불위의 권력이 빌미가 되어 추락했다. 윤필용은 군내에 추종세력(하나회)을 키우다 실각했다. 박정희 사후 신군부의 집권으로 전세가 역전되자 이번에는 하나회를 조사한 강창성이 고초를 겪었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보름 만에 하나회 숙군의 신호탄이 된 서완수 기무사령관의 해임은 또 다른 점에서 보안부대장의 운명을 역설한다.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대표 인물인 김진영 육군 참모총장과 함께 군의 눈귀를 장악한 기무사 수장을 쳐내는 게 선결과제라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어리둥절해하는 측근에게 김 전 대통령이 “놀랐제?”라고 했을 만큼 당시 기무사령관의 해임은 은밀하고 전격적이었다.

세월호 유족을 사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7일 투신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와 고교·육사 동기생으로 한때 군내 실세로 알려졌던 인물이기에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 전 사령관 유서에 “한 점 부끄러움 없다”며 “5년 전 일을 이제 와서 단죄하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혼자 안고 가겠다”고 한 것을 보면 부하들의 건의를 묵살하고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데 무거운 책임을 느낀 것 같다. 역대 군 보안부대사령관이 권력의 중심에 선 것은 최고권력자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권력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타죽을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한 데서 그들의 비극은 시작됐다. 앞으로 후배 부대장들이 새겨야 할 것이 추가됐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는 절대 덮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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